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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코로나로 예약 줄취소, 눈까지 와 배달도 뚝"…자영업자들 주말장사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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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확산 ◆

매일경제

지난 18일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된 가운데 19일 서울 명동의 한 자영업자가 텅 빈 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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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든 배달이든 손님이 싹 사라졌네요."

# 19일 오전 11시 30분, 평소 같았으면 손님으로 한창 붐볐을 서울 강남구 한 아귀찜 식당이 텅 비어 있었다. 이 가게는 내부 한쪽에 유명인 사인이 적힌 액자가 즐비하게 걸려 있을 정도로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사장 양 모씨(65)는 "어제 저녁에는 손님이 두 테이블밖에 없었다"면서 "구청에서 석 달치 보상금이라며 22만원 정도를 줬는데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2층짜리 건물에서 대형 갈비집을 운영하는 한 모씨(54)는 이날 점심 장사 때 손님을 두 번밖에 받지 못했다. 그는 "오늘 점심 매출은 평소의 반도 안 된다"며 "토요일인 어제도 손님이 매장 절반 가까이도 채워지지 않은 데다 예약까지 전부 취소돼 심각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방안이 적용된 첫 주말, 식당 카페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한 서울 강남 시내 번화가는 시민이 갑작스레 줄어들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지난 18일 0시부터 전국의 사적모임 최대 인원은 4명으로 제한됐다. 유흥시설(1그룹)과 식당 카페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탕 등(2그룹)은 밤 9시까지, 학원 영화관 PC방 독서실 등 3그룹 시설은 밤 10시까지만 운영이 가능하다. 백신 미접종자는 식당과 카페를 이용할 때 혼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셔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지난 18일에는 폭설까지 쏟아진 탓에 식당들은 그나마 있던 배달 주문까지 끊겨 매출이 급감했다. 장어구이 집을 운영하는 사장 김 모씨(33)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제는 눈까지 와서 배달마저 거의 없었다"며 "오늘 매출도 다른 날보다 최소 20% 줄었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저녁 서울 송파구 한 음식점에서는 식당 주인과 손님이 한자리에 앉아 정부의 방역정책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기도 했다. 식당 주인 김 모씨는 "예전 4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때도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는데 또 그런 시절을 보내려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 식당을 찾은 30대 남자 손님은 "방역정책이 수시로 바뀌니까 이번에 또 뭐가 바뀐 건지도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대치동 노래방은 평소 주말 학원가를 찾았다 들른 학생들로 북적거렸지만 이날은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업주 최 모씨(42)는 "올해까지만 버텨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방역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게를) 접을 때가 됐나 싶다"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시민은 식당과 카페를 혼자 방문하거나 배달·포장만 가능해 사실상 '혼밥'이 불가피해졌다. 백신을 맞지 않은 직장인 박 모씨(27)는 "백신 부작용이 무서워 접종을 미루고 있는데 미접종자 전체에게 밥을 혼자 먹으라고 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업무상 꼭 필요한 외부 미팅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 같아 우울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발표된 지난 16일 이후 결혼식을 치른 신혼부부들은 대비책을 세울 시간도 없이 하객을 맞았다. 이날 서울 중구 소재 한 호텔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직장인 권 모씨(30)는 "청첩장을 받을 때는 하객이 500명까지라고 해서 온 건데 그새 인원 제한이 바뀌었다고 해 축의금만 내고 그냥 돌아갈지 고민 중"이라며 혼란스러워했다. 결혼식의 경우 기존 원칙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로만 구성되면 499명까지 참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발표된 지침 이후 허용 인원은 새로운 일반 행사 기준인 299명으로 줄어들었다.

한편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한 첫 주말인 18일에는 폭설과 한파까지 겹치면서 전국 주요 관광지도 매우 한산했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6.5도를 기록하는 등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부산은 강풍을 동반한 한파가 몰아치면서 주요 거리나 해운대·광안리 해수욕장 등에서 시민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보현 기자 / 김정석 기자 / 대전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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