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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세계 각국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고, 중증 질환 유발 정도와 관계없이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내년 1월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3중고(triple whammy)’에 직면해 자국 의료체계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4일(현지 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그동안 어떤 변이에서도 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재 77개국에서 보고됐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아마 대부분 국가에서 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 변이의 출현을 지난달 24일 WHO에 처음 보고한 지 3주 만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 변이는 중증을 덜 유발한다 해도 순전히 환자 수만으로도 의료 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다”고 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보건긴급대응팀장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감염을 줄여 1년 전에 비해 약해진 보건의료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브리핑에서 내년 1월 오미크론 변이의 대규모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델타 변이의 위력이 계속 남아 있고 독감 환자가 정점을 찍는 (겨울)시기에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할 수 있다”면서 “그 결과 보건의료 시스템을 압도하고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곳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의 발병 예측 시나리오 2개 중 나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브리핑에서는 “대비해야 한다” 등 조심스러운 언급 대신 “매우 걱정된다”는 표현이 나왔다.
실제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오미크론 변이 감염 비율이 4일 0.4%에서 11일 2.9%가 돼 일주일 만에 7배로 급증했다. 뉴욕과 뉴저지주에서는 13%에 이른다. 미국 전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14일 CNN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 속도를 볼 때 미국에서 확실히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남아공에서 입원율이 비교적 낮은 것과 관련해 “이 변이가 원래 독하지 않은 것인지, 이미 (남아공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이들이 많아 중증이 적은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폴 버턴 최고의학책임자(CMO) 역시 “오미크론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가볍고 덜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짜 위협을 가한다”고 14일 영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밝혔다. 버턴 CMO는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와 오래 공존할 경우 둘 사이에서 새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두 변이에 모두 감염된 환자에게서 더 위험한 변이가 생길 수 있느냐는 물음에 “분명히 그렇다. 델타 변이 환자가 한 나라에서 수만 명씩 나오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까지 유행하는 건 걱정되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제 입국 금지로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국경에 걸었던 빗장을 푸는 나라도 나왔다. 이 변이의 지역 감염이 진행 중인 영국은 지난달 말부터 입국을 제한했던 남아공 등 아프리카 11개국을 15일 오전부터 여행 적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최근까지 4500건 넘게 발견됐지만 실제로는 하루에만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14일 영국은 올해 1월 이후 가장 많은 5만961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 중인 남아공에서는 코로나19 검사자 3명 중 1명이 양성 판정을 받고 있다. 현지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14일 2만3884명이 신규 확진됐고, 검사 양성률이 34.9%에 달했다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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