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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스브스레터 이브닝 (12/15) : 추락한 수능 신뢰, 그리고 '수능 종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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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문과 출신인 저로서는 난수표처럼 해독조차 할 수 없는 문제인데요, 이번 수능 문제 하나가 교육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죠. 오늘(15일) 법원이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출제오류라고 판결하면서 교육 관련 기사가 참으로 많이 쏟아졌습니다. 판결 이유는 8시뉴스에서 자세히 전해드릴 예정이고요, 여기서는 오늘 판결을 수능 신뢰 추락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수능이 생명을 다했다는 이른바 '수능 종말론'에 대해 살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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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력이 무너졌다
"수능에서 문제가 틀렸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내 계산이 틀렸다고 생각해 계속 다시 풀었다" 출제오류 판정받은 문제를 풀어본 수험생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풀이로는 문제가 틀렸는데, 국가기관에서 출제한 문제이니 무오류를 전제로 하고 몇 번이나 풀어봤다는 거죠. 문제 하나에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겠습니까? 오늘(15일) 판결 이후 이 수험생은 자신이 맞았다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국가 시험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는 실망감도 크게 싹트고 있을지 모릅니다. 교육당국은 이 지점을 뼈아프게 여겨야 할 겁니다. 국가가 시행하는 수능이 법정까지 가서 오류가 인정됐다는 건, 결국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는 거죠. 모든 국가기관의 행정행위도 마찬가지죠. 공신력을 잃으면 불신과 저항에 부딪힐 테니까요.

문제 있지만 문제를 풀 수는 있다?…버티다 국제적 망신
수험생들로부터 이의제기가 들어왔을 때 교육과정평가원이 버티기로 대응한 건 안이했다고 보이네요. 제시된 지문에 문제가 있어도 학업 성취도를 변별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 거죠. 그러니까 '제시문에 문제 있는 건 알아, 그건 그거고 풀이법을 아는 수험생들은 정답을 찾을 수 있어'라는 식이었던 거죠. 관련 학회에서 이런 의견을 내기도 했는데요, 교육과정평가원 간부나 직원들이 그런 학회에서 무슨 무슨 직책을 맡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신력은 더 추락했죠. 집단유전학 분야 세계 최고 석학인 미국 스탠퍼드대 조너선 프리처드 석좌교수는 '수학적 모순'이 있다고 오류를 지적해기도 했어요. 동료 연구원은 터무니없이 어렵고 풀 수도 없다고 했고요. 국제적 타격까지 받은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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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명 다했다"
수능 출제오류가 공식 인정된 사례만해도 이번이 7번 째라고 합니다 수능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수능의 수명이 다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어요. 오늘 아침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수능 종말론을 주장하는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가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요. 성 교수는 교육과정평가원장 출신으로 이번 수능에 앞선 4차례의 수능 시험을 관리하는 책임자였죠. 그는 "학교 교육 리드하는 좋은 문항 만들자고 주장해도 출제진의 기본 방향은 '문제 없는 문제를 만든다'는 게 원칙으로 돼 있습니다"고 회고 했습니다. 이의신청이 안 들어오게 출제하는 게 출제진의 고민이라는 거죠. 하지만 상대평가의 특성상 불수능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변별력을 위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수능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돼 있습니다. 몇 과목 빼고는 상대평가를 합니다. 문제를 약간만 쉽게 만들면 1,2등급이 붙어 버려요. 한 문제, 두 문제 가지고 1등급이냐 2등급이냐가 결정돼요. 문항을 평이하게 내면 사실은 수능이 원래 기능하려던 변별력은 불가능해지죠" 고등학교 정규 교과과정을 뛰어 넘는 문제들이 나오게 된 거죠. 게다가 수능 잘 봤다고 대학 강의를 잘 따라가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연구들을 보면 수능과 대학 학업 능력 관계가 매우 낮아요. 수능의 원래 취지하고 많이 떨어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고 얘기하네요.

"어차피 지금 수능은 바뀐다"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됩니다. 고교 1학년 2학기부터 선택형 교육과정을 하기 때문에 공통과목 중심의 수능이 불가능합니다. 고교학점제를 이수한 학생들이 시험보는 2028학년도부터는 지금의 수능으로 갈 수가 없어요. 미래 교육 고민할 때 5지 선다형 객관식 시험을 유지할 경우 그 밑에 있는 초중고 교육 자체가 정말 힘들어집니다. 공통 과목을 최소화하고 진로와 적성에 맞는 선택형 시험 등으로 변화를 해줘야 하고 싶은 공부하고 진로 적성 교육이 가능합니다" 성기선 교수는 지금의 교육과정 일정상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되면 수능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때 교육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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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수능 공약하지 말아야"
성 교수 얘기를 조금 길게 소개했는데요, 한 가지만 더 소개합니다. "저는 선거과정에서 수능 관련된 공약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봐야 대입전형 '4년 예고제' 에 따라서 4년 이후에 적용되는데, 그때 되면 정권 바뀌거든요. 내년 7월 들어서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믿고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백년대계까지는 아니어도 숙의를 거쳐 장기적인 계획을 짜야한다는 말로 들리네요. 하지만 기사들을 찾아 보니 이미 대선 후보들이 수능관련 공약들을 내놓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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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기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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