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리뷰 ② 암호화폐
화려한 부활과 제도권 입성. 올해 암호화폐 시장은 이렇게 정리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 암호화폐의 속성과도 같은 변동성은 급등하는 가격에 취해 시장에 뛰어든 이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제도권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업체는 ‘줄 폐쇄’의 수순을 밟았다. 투자 광풍 속 투자자 보호제도의 미비와 ‘묻지마 투자’로 인한 손실은 상흔으로 남았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4일 오후3시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5814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가격(3024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 11월 7일에는 814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말 개당 81만5100원 수준이던 이더리움은 지난 13일에는 474만7000원에 거래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5월 올해 초 암호화폐 가격 상승을 ‘맹렬한 질주(furious run)’라고 표현한 대로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암호화폐의 화려한 귀환에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인 업비트 한 곳의 가입자만 829만명(8월 말 기준)을 넘어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4월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만 424만7000명의 투자자가 신규 유입됐다. 4월 한 달에만 191만5000명이 새로 계좌를 열었다. 20·30세대의 유입이 거셌다. 지난 1~3월 4대 거래소 신규 투자자(249만5289명) 중 20대가 32.7%(81만6039명)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30.8%(76만8775명)로 뒤를 이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서며 상대적으로 고수익인 암호화폐 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갔다”며 “20, 30대의 경우 집값 급등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군이 부족한 영향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가격 급등에 날개를 달아준 건 풍부한 유동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가 푼 영향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 교수는 “주식과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의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노력 대비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암호화폐 자산군에 돈이 몰렸다”며 “한국은 고수익 투자자산이 부족하다 보니 특히 이런 현상이 심했다”고 말했다.
머스크 한 마디에 가격 출렁거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가입자·예치금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테슬라 등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수하는 등 큰 손들의 투자도 늘었다. 올해 10월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되는 등 제도권 편입도 빨라졌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과 NFT(대체불가능 토큰) 등이 확산되며 실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당국의 규제 이슈는 시시때때로 암호화폐의 발목을 잡았다. 메가톤급 충격을 던진 건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5월19일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관련 결제와 투자 등을 금지하자, 암호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이 하루 만에 30% 급락하는 등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폭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애증의 관계다. 트위터에 관련 글을 적을 때마다 가격이 출렁였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발표해 가격을 끌어올린 뒤 5월13일 결제 철회 방침을 발표하며 뒤통수를 때린 것이 대표적이다. 도지코인 등의 가격 급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부실 코인 상장 논란과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기 등도 이어졌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암호화폐 관련한 사기 등의 혐의로 141건, 520명을 수사·검거했다.
올해는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의 원년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본격 시행되며 암호화폐 거래소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9월 24일 거래소 신고를 접수한 29개사 중 4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만 현재 원화거래를 할 수 있다. 36개 거래소는 폐업 절차를 밟았다.
정리는 마무리 되는 수순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는 원화 예치금의 90% 가까이 환불 처리됐고 나머지 예치금도 환불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투자자 보호 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국회에서는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암호화폐 업권법 제정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암호화폐 시세 조종,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암호화폐 수익 과세는 1년 연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세금 부과도 1년 연기됐다. 정부는 당초 2022년부터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으로 25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경우 20%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하지만 20·30대의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권의 반발에 지난달 말 과세 시행 시기를 23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투자자들에 보호장치 없이 과세하는 게 부당하다는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미국의 양적 완화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미국이 테이퍼링을 조기에 종료하고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등 내년에는 비트코인 가격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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