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년전 베를린 온 우리식물 미지의 땅에서 움직이는 정원으로"
130여년전 이방인의 손에 한반도와 8천km 떨어진 독일의 수도 베를린으로 건너온 한국 식물들은 남북한 야생화 정원을 통해 '움직이는 정원'으로 탈바꿈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 베를린 한복판 쿨투어포룸 성 마테우스 교회 앞 광장의 남북한 야생화 정원 프로젝트 '제3의 자연'전. [사진제공=금아트프로젝트, 사진=쿤리앙(Kunliang)] |
카이 우베 쉬어츠 에르푸르트 미술관장은 최근 쿤스트할레 에르푸르트와 에르푸르트 예술조합 주최로 열린 '제3의 자연'전 토론회 축사에서 "내년에 에르푸르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페터스베르크 요새 인근으로 옮길 '제3의 자연'전은 사람들이 모이고, 영화를 보고, 음악이 연주되는 특별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야생화를 보는 곳이 아니라, 기억과 정치, 문화적 교류를 위해 사람들이 이용하는 살아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석현, 김승회 작가의 'Das dritte Land:제3의 자연'전은 백두대간을 재현해 만든 남북한 야생화 정원으로, 2019년 5월 베를린 한복판 쿨투어포룸에 설치된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두 작가는 남북을 관통하는 백두대간 산맥에서 사는 남한의 야생화 32종과 북한의 야생화 13종을 심었다. 또 독일의 현무암을 이용해 백두대간의 지리적 풍경을 기암괴석의 형태로 재현했다. 이 정원은 내년 3월 독일 통일의 날 행사를 주최하는 에르푸르트로 옮겨 영구 정착하게 된다.
베를린식물원의 한국 식물들[김정화 연구원 제공=연합뉴스] |
김정화 막스플랑크 예술사연구소 조경사학 연구원은 이날 독일로 옮겨진 한국식물과 관련한 주제발표에서 "베를린 식물원은 1910년 현 위치로 이전했는데, 이에 앞서 19세기 후반 한국에 있던 선교사와 사업가 등으로부터 한국 식물 견본을 수집했다"면서 "재개원시 남북한지역에 사는 염주냉이(1897), 숫잔대(1906), 자주괴불주머니(1909) 등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돌프 엥글러 당시 베를린식물원장은 한국 식물군을 일본 식물군과 같은 군이나 하위군으로 분류했고, 1910년 식물원 지도에도 한국은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땅'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를린 민속학 박물관도 주한독일총영사로부터 1892년 한국약초 400여종을 입수해 한국의학이라는 표기하에 분류조차 하지 않고 전시한 적도 없이 장속에 보관해왔다"고 말했다.
반면에, 2019년 5월 설치된 '제3의 자연'전은 130여년전 한국 식물이 이방인의 손에 건너와 제이름을 얻지 못하고 장속에 보관됐던 것과 달리, 남북한의 식물들이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들며 움직이는 것을 지향한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는 프랑스 조경학자 질 클레망의 '움직이는 정원'과 궤를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움직이는 정원'은 자연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종다양성을 지향하는 생태주의 정원 철학이다.
미하엘 무송 에버스발데 지속가능한 발전대학 교수는 이날 북한의 숲과 관련한 주제발표에서 "남북 모두에서 자라는 나무를 20~30cm 너비로 마을광장이나 학교운동장에 나란히 심어 가지부터 기둥까지 서로 하나로 자라게 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베를린에 기반을 둔 예술기획사 금아트프로젝트가 '베를린 예술정원 제 3의 자연' 도록 발간을 기념해 기획했고, 한국예술경영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열렸다.
[금아트프로젝트 제공=연합뉴스] |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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