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조동연·김건희 공격 대신 해준다…'화살촉' 방치, 난장판 대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화살촉’과 다를 게 뭔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법률지원단 속속 양태정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운영자인 강용석ㆍ김세의씨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동연 전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사생활에 대한 가세연의 공격을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속 화살촉에 비유한 것이다.

중앙일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속 화살촉의 일원이 인터넷 방송을 하는 모습. 사진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화살촉’은 사이비 종교 ‘새진리회’를 숭상하며, 인터넷 방송을 통해 ‘죄인’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실제로 찾아가 집단 린치를 벌이는 무리다. 새진리회 역시 교세 확장을 위해 이들을 비공식적으로 활용하며 상부상조한다.



가세연, 조동연 아들 얼굴 공개…열린공감TV “김건희 접대부” 주장



양 변호사가 가세연을 그런 화살촉에 비유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82년생 워킹맘’ 조동연씨를 ‘1호 영입 인재’로 야심 차게 영입했던 지난달 30일 저녁, 가세연은 ‘충격 단독. 영입 인재 1호 혼외자 폭로’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육사 동문인 전 남편과 결혼 생활 중 출산한 아들이 혼외자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가세연은 조씨의 아들 얼굴 사진과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중앙일보

보수 진영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내보낸 방송.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조씨는 지난 5일 “2010년 성폭력으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다”며 “어린 자녀와 가족에 대한 보도와 비난은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같은 날 강용석씨는 페이스북에 “강간범을 밝히는 데 일생을 바치겠다”고 적곤 이틀 후 조씨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성명불상자를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냈다.

친여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과거 ‘쥴리’라는 예명을 쓴 접대부였다는 주장으로 흥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

진보 진영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가 지난 6일 내보낸 방송.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쥴리’에 집착해 온 열린공감TV는 지난 6일 ‘[단독] 특종! “나는 라마다 조 회장 VIP룸에 초대되어 쥴리에게 접대받았다!”’는 제목으로 과거 쥴리를 만난 적 있다고 주장하는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안 전 회장은 “1997년 라마다 르네상스호텔 나이트 6층 연회장에서 접대를 받았는데, 당시 쥴리라는 예명을 쓰던 김건희씨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간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태도였던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열린공감TV와 이 주장을 재확산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난장판 된 대선판…배경엔 여야 후보들의 적극적ㆍ암묵적 동조



대선을 앞두고 이처럼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의혹 폭로 경쟁이 불붙는 데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방조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정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채, 화살촉처럼 상대 진영의 특정 인사를 겨냥한 인신 공격을 누구도 제어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달 12일 부산시 중구 구덕로 BIFF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즉석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유튜버들과 일반 시민에 "우리가 언론이 되자"라고 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오히려 유튜버의 활동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달부터 유튜버들에게 “우리가 언론”이라며 힘을 싣고 있다. 이후 이 후보가 매주 주말에 진행 중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지방 순회엔 유튜버들의 차량인 ‘매따버스’(매주 따라가는 버스)도 따라붙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5일 이들에 대해 “‘우리가 언론이다’ 운동의 일환으로 직접 국민과 이재명을 연결해준다고 같이 다녀주니 너무 고맙다”고 했다.

중앙일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퇴진 촉구 집회 모습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이들을 방치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4일 안티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 ‘유튜브 시둥이’를 운영하는 배인규ㆍ송시인 부부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퇴진 촉구 집회를 벌이자, 윤 후보 비서실장인 서일준 의원과 유상범 법률지원단장이 직접 이들을 찾아 해명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유 단장은 “정권을 잡는다면 여러분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당이라는 점을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튜버에 기댄 ‘대리 네거티브’…“정치혐오 유발”



여야가 유튜버들의 선을 넘는 활동을 장려하거나 방치하는 것에는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일정한 네거티브 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형식적 균형과 소송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기성 언론들과 달리 유튜버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며 “과거같으면 정당이 직접 나서던 네거티브 선거를 유튜버들이 대신 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난 6일 “저질스런 흑색선전으로 조동연을 공격한 가세연은 지난 일주일간 슈퍼챗으로만 15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벌어들였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유튜버들의 저질 폭로와 이를 받아먹는 정치인의 공생은 지지층이 아닌 일반인들에겐 비호감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당장은 폭로 대상에게 타격을 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폭로를 방치한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 증가로 이어지고 일반인들의 정치혐오만 키우는 자충수”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