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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파이브 아이즈’ 일제히 베이징올림픽 보이콧…강경대응 시사에도 마땅한 카드 없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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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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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거리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시계가 설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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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까지 영미권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이 모두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올림픽 개최를 불과 50여일 앞둔 중국은 난감한 입장이 됐다. 중국은 각국의 올림픽 보이콧 선언에 대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당장은 뚜렷한 대응 카드도 없는 상황이다.

쥐스탱 트리도 캐나다 총리는 8일(현지시간) “세계의 많은 파트너들이 중국 정부의 반복되는 인권 침해를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오늘 베이징 올림픽에 외교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임을 발표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 6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지 이틀만에 영미권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이 모두 보이콧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날 의회에 출석해 장관이나 정부 인사가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는 사실상의 외교적 보이콧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신장 인권 문제와 무역 갈등 등을 이유로 들며 올림픽에 정부 관계자들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뉴질랜드는 지난 7일 코로나19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안전상 이유를 들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은 미 동맹국의 연쇄적인 보이콧 선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캐나다 총리가 공공연히 중국의 인권침해를 비난하고 이를 구실로 올림픽에 외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단호한 반대를 표명하고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방국가들이 의기투합해 이데올로기적 편견에서 나오는 유언비어를 근거로 올림픽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전 세계 선수들과 동계스포츠 애호가들의 축제이지 정치 조작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영국 정부는 올림픽 정신을 준수하고 정치적 조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단호히 반격하겠다고 밝힌 중국 외교부도 각국의 보이콧 움직임에 경고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호주 등이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며 “잘못된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도 당장은 외교적 보이콧에 직접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서방국가들이 스포츠를 정치화하고 있으며 정치인 참석 여부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논리로 올림픽에 미칠 영향을 최소하면서 한편으로는 강경한 제스처를 통해 보이콧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정도의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원래 관련국을 초청하지 않았고 그들이 오든 안 오든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보이콧) ‘연쇄 반응’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반대로 우리는 국제사회의 절대다수 국가가 올림픽 성공 개최를 지지하고 찬성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해외 사절단의 올림픽 참석 여부 자체 보다는 올림픽을 계기로 서방국가들이 보이콧 명분으로 내세운 인권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를 의식한 듯 전날 ‘2021 남남인권포럼’에 보낸 축하 서한에서 “중국은 시대 조류에 부합하는 인권 발전의 길을 성공적으로 걷고 있다”며 “인권 실천의 방법은 다양하고 세계 각국 국민은 자국의 상황에 적합한 인권 발전의 길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AP통신은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개최국을 무시하면서 선수들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며 올림픽 같은 큰 행사를 치르며 전 세계에 존재를 부각하려는 개최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평가했다. 외교적 보이콧이 선수나 관중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개최국인 중국으로서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될 것이란 분석이다. AP통신은 그러면서 미국이 2028년 개최 예정인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유치를 준비 중인 2030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호주가 개최하는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 등에 중국이 외교적 보이콧으로 응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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