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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불만의 씨앗 ‘우크라 나토 가입’… 조지 W 부시가 2008년에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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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는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과 서부유럽 국가들의 군사동맹이다. 그래서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소련권의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WTO)가 해체되자, 나토에서도 ‘해체설’이 나왔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풀려난 동부유럽 국가들이 계속 나토 가입을 원하면서, 나토는 확장했다. 1949년 12개 나라로 시작한 나토는 1999년 중‧동부유럽의 체코‧헝가리‧폴란드를 시작으로 작년 3월 북마케도니아까지 회원국으로 받으면서 이제 30개국의 군사동맹체가 됐다.

이러는 사이, 나토의 동부전선은 러시아 국경 쪽으로 1000㎞ 이상 ‘진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러한 ‘나토의 동쪽 확장’은 “안보적 위협”이었다.

러시아는 특히 자국과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치명적 위협”으로 간주한다. 이 갈등의 ‘원죄(原罪)’는 2008년 4월4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나토 정상선언문에서 비롯했다. 나토는 선언문 23조에서 “조지아, 우크라이나 두 나라의 나토 가입 염원을 환영하며, 나토의 외무장관들이 (가입 절차의) 다음 순서인 멤버십행동플랜(MAP) 적용 시기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촉진할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로드맵(road map)을 제안하자고 고집했지만, 프랑스와 독일이 한사코 말렸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공격’한다”고 반대했다. 그 결과, 영국이 절충안을 내서 나온 것이 두 나라에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가입만 ‘약속’한 선언문이었다.

전(前)스웨덴 총리 칼 빌트는 뉴욕타임스(NYT)에 부쿠레슈티 ‘타협’은 “러시아나 나토가입 희망국가들 양쪽에 모두 최악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조지아‧우크라이나가 언젠가 나토 동맹국이 된다는 사실은 러시아에겐 ‘계속된 위협’이었고, 두 국가들에겐 ‘희망 고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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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은 프랑스와 독일의 반대에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이후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표류 상태이고,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다.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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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가 조지아 ‘가입’ 환영하자…푸틴, 곧 침공 계획 수립

부쿠레슈티 정상 선언문이 나올 때 푸틴도 그곳에 있었다. 그는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은 소련 해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러시아 남부 국경까지 나토에 포위된다고 판단했다.

푸틴은 당시 헌법상 대통령직을 물러나, 심복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맡겨야 할 상황이었다. 그는 퇴임 전 그해 8월까지 러시아군에 조지아 침공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조지아는 그해 8월 자국 내 자치공화국이지만 친(親)러 성향이 강해 독립하려고 하는 남(南)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진압하고자 했다. 러시아는 두 자치공화국의 독립 열기를 계속 부추기고 있었다. 그러나 ‘나토 가입’을 약속 받고 미국의 군사 원조를 받은 미헤일 사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자신만만하게 8월8일 남오세티야로 진격했다.

러시아군은 이때를 기다렸다. 곧바로 남오세티야를 거쳐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50㎞까지 탱크로 밀어붙였다. 12일 프랑스의 휴전안을 받아들이기까지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국과 나토의 지원은 없었다. 두 자치공화국은 이후 조지아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독립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은 미(美) 항모 배치와 마찬가지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는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러시아의 일부”다. 역사적으로 수백 년간 러시아와 ‘한 몸’이었던 우크라이나가 1991년 독립한 것부터가 ‘가짜’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주의 건너편 아조프해(海)에 항공모함이 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파트너’로서 나토의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의 나토 지원군에도 병력을 파병했다. 이런 파트너의 독립과 주권이 존폐 위기에 놓인 것을 외면하는 것은 나토의 ‘신뢰성’에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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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 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 육군과 흑해함대 소속 해군 병력 8000여 명이 350대의 군 장비를 동원해 상륙 훈련을 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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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나토는 또 이미 2008년에 명문화한 ‘가입 환영’을 이제 와서 푸틴의 요구대로 ‘가입 배제’로 바꿀 수도 없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무력 침공 시 참전할 수도 없다. 결국 미국이 택한 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군사지원과 침공 시 “지금까지 겪지 못한 경제적 결과”를 경고하는 것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전쟁학의 대가(大家)인 로런스 프리먼 교수는 “결과적으로 볼 때, 두 나라를 지원하되 처음부터 회원국 약속은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빅 컨퍼런스를 열어 러시아의 우려를 다루는 안보 협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견해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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