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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실적 전망 엇갈리는 美 빅테크, MS·구글·메타 ‘맑음’ vs 애플·아마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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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 기업 5인방의 3분기(7~9월) 성적표가 공개됐다. 코로나 이후 맹렬히 늘어난 IT 수요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애플과 아마존 같은 곳들은 이러한 수요를 미처 다 맞추지 못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이 늘어난 수요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 3분기였다. 과연 이런 급격한 수요 증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각 기업들마다 4분기 이후 새로운 수요들을 잡기 위한 신제품들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모두 수십조원가량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신제품들은 아직 각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 반영도 되지 않은 상태. 각 회사들의 실적을 요약정리해 보고, 향후 어떤 제품들이 나올 것인지 전망해 봤다.

▶MS 3분기 실적

새로운 업무형태로 최대 수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혜를 가장 영리하게 가져간 기업은 다름 아닌 MS였다. MS의 3분기 실적이 그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MS의 대표 상품인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는 3분기 매출액이 50%나 급등했다. 시장기대치 48%보다 높은 것이었다. MS는 특히 기업들의 업무환경이 원격 기반으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GE헬스케어, P&G 등과 같은 곳들이 핵심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애저’를 지난 분기에 새롭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MS가 새롭게 내놓은 ‘분산형 클라우드’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피스, 링크드인 등과 같은 기업용 제품들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났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MS의 실적 상승은 기업들이 이 회사 제품을 많이 쓰면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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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 판매하는 ‘윈도우’ ‘X박스’ 등과 같은 제품들의 실적도 좋았다. 윈도우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고, X박스도 166%나 매출이 성장했다. 댄 아이브스 웹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원격근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 만큼, 클라우드 전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MS의 ‘애저’ 성장 모멘텀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MS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난 뒤, 주가 상승으로 인해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다. 그 배경에는 이런 거대한 흐름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MS 향후 실적 전망

메타버스·홀로렌즈·거대 AI 대기 중


MS는 4분기(9~12월) 자체적인 실적 전망치로 매출액 501억5000만~510억5000만달러를 써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489억2000만달러를 웃도는 금액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MS의 주력 상품인 ‘애저’의 매출 성장이 급격하며, MS 또한 연구개발 인력들을 관련 분야로 배치하여 제품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최근 MS가 자사 개발자대회 ‘이그나이트’에서 발표한 제품들을 보면 기업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협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회에서는 자사의 협업도구인 ‘MS팀스’에 3차원 아바타 등을 도입한 ‘메타버스’를 접목시키겠다는 발표가 이뤄졌다.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3차원 가상공간 속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MS의 비전이다. MS가 개발한 하드웨어인 ‘홀로렌즈’는 이미 실제 현실과 같은 3차원 그래픽 구현이 가능한 장치이기 때문에 3차원 제품 디자인, 의료수술 등과 같은 협업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와 협업하여 5000억 개 이상의 변수들을 학습한 대규모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밝힌 대목도 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MS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MS의 이런 신제품들은 기존에 이 회사가 잘하고 있던 ‘기업의 내부협업’이라는 시장을 확고하게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카시 랜건은 “MS는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관련 예산이 늘어나는 상황을 매우 잘 활용하여 돈을 버는 기업이라는 관점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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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올해 3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놨다. 순이익과 매출 모두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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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3분기 실적

분기 60억달러의 공급부족… 매출 성장 기대 못 미쳐


애플의 3분기 실적은 ‘반도체 부족’과 ‘생산 차질’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사람들이 애플 제품을 굉장히 많이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재료(반도체)와 생산 문제 때문에 실적이 제대로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분기를 돌아보면 약 60억달러 정도의 공급부족을 겪었고, 이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에 모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급부족 사태는 애플의 매출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다. 애플의 3분기(7~9월) 매출 성장률은 29%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에서 기대했던 31%에 못 미친 것이었다. 애플이 이처럼 시장기대치보다 밑도는 성적표를 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게다가 그러한 어닝쇼크의 원인이 팀 쿡 애플 CEO의 최대강점인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서 빚어진 차질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애플이 실적을 발표한 10월 29일(한국시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4% 하락했다.

하지만 3분기 실적에서는 여전히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뿐만 아니라 앱스토어 등과 같은 서비스 부문에서의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19년부터 2021 회계연도까지 애플의 연간 매출은 평균 19% 성장했다.

▶애플 향후 실적 전망

“나 애플이야”


1년가량 단기적으로만 놓고 보면 공급부족 문제 때문에 예상만큼 좋은 실적을 올리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애플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팀 쿡 애플 CEO는 3분기 60억달러가량의 공급부족 사태를 겪은 데 이어, “다음 분기에는 이보다 더 큰 금액의 공급부족 사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3분기 정도의 공급부족 사태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240억달러(2022 회계연도 예상매출액의 6%) 정도의 매출이 날아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2022 회계연도 매출이 5~6%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공급부족 사태가 악화될 경우 타격이 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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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공급망 문제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3.6%나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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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급부족에 비해 수요가 더 강력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여전히 4분기에도 매출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월가의 4분기 매출 성장 예상치는 5%.

게다가 시야를 2년, 3년 등과 같이 장기적으로 놓고 보면, 애플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신제품들이 만들어낼 실적들에 비해 현재의 주가 수준이 저렴할 수도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공급부족 사태는 언젠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애플의 신제품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은 가상현실 디바이스, 애플카 등과 같은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는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이런 신제품들을 내놓기 위해 연간 쏟아붓는 연구개발 자금은 219억달러(약 25조8300억원). 전 세계 10억 명 이상으로 짐작되는 열성적인 애플의 충성고객들이 이런 제품들을 구매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 성장은 추정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례로 애플이 여름 동안만 ‘애플’이라는 이름을 달고 탄산음료 6개 팩을 전 세계 10억 명 충성고객들에게 10달러를 받고 판매한다면, 이는 연간 270억달러 (약 31조8000억원)의 추가매출이 된다. 1년간 애플의 공급부족으로 인한 매출손실 정도야 금방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아마존 3분기 실적

CEO가 바뀌더니… 실적 주춤


아마존은 월가의 기대에 못 미치는 3분기 실적을 냈다. 일부 언론들은 ‘CEO가 바뀌더니 실적이 떨어졌다’라는 자극적 제목을 달았다. 실제로 아마존의 CEO는 지난 3분기부터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에서 ‘앤디 제시’라는 인물로 바뀐 첫 번째 기간이었다. 아마존의 주춤한 실적은 직원들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급여, 인센티브 (20억달러, 약 2조3000억원)가 갑자기 늘어난 데다,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일부 상품들이 창고에 제때 도착하지 못했던 이유가 컸다. 일단 아마존은 시간당 평균 임금을 18달러 이상으로 올리고, 일부 직원에게는 3000달러(약 35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게다가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3%밖에 성장하지 못하는 정체를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주목해 봐야 할 실적은 아마존의 핵심수익원인 ‘아마존웹서비스(AWS)’라 할 수 있다. 3분기 아마존이 올린 영업이익이 48억5200만달러인데, AWS 사업부에서만 영업이익으로 48억8300만달러를 올렸다. 나머지 사업들을 모두 합하면 영업적자를 봤는데, AWS사업부의 영업흑자가 그러한 적자를 메우고도 남은 것이다. 특히 AWS 사업은 3분기 매출이 3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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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향후 실적 전망

당분간 밝지는 않지만…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실적과 관련해 시장의 기대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노동 시장 문제와 공급차질 때문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4분기 매출 전망치로 1300억~1400억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기대치인 1422억달러보다 낮다. 당분간 아마존 매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상거래 부문의 실적이 나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가지 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먼저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을 좌지우지하는 AWS 사업부문은 오히려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 MS의 매출을 급격하게 성장시키고 있는 ‘애저’가 시장점유율 20% 정도인 데 반해, AWS는 32%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게다가 아마존은 늘 단기적인 실적을 목표로 경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으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 아마존의 전통적 경영방식. 최근 아마존이 수년간 투자를 계속해 오고 있는 약국자동화 시장과 가정자동화 시장 같은 경우들을 보면, 이 회사가 제2, 제3의 AWS 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아마존은 죽스(Zoox) 같은 자율주행차 회사에 투자를 함으로써 로보택시 시장도 노리고 있다.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는

광고가 주된 매출원인 구글과 메타의 3분기는 모두 양호했다. 구글은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1% 늘었고 순이익이 68%나 증가했다. 모두 월가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실적이었다. 메타 역시 매출이 35% 늘었고 순이익은 17% 증가했다. 매출은 월가 예상을 조금 밑돌았고, 순이익은 예상치를 넘었다. 원인은 역시 코로나 이후 증가한 디지털 광고 수요 덕분이었다. 내용을 뜯어보면 구글과 메타 모두 서로 다른 종류의 신성장동력들을 갖고 있다. 먼저 구글의 경우 3분기 실적을 보면, 신성장동력들이 강하게 매출을 받쳐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튜브 광고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43%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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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메시 포 팀스’. 화상회의 ‘팀스’에 3차원 아바타 ‘메시’를 결합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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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글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구글 클라우드’ 매출도 지난해보다 45% 증가했다. 메타의 경우도 신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는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4%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이 사업부의 매출은 메타의 전체 매출에 비해 3%가량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메타는 회사 이름도 페이스북에서 ‘메타버스’를 상징하는 ‘메타’로 바꾸고 이 부문에 매년 수십조원의 자금을 투입하여 시장을 키워나가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4분기 실적은 두 회사 모두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말 시즌이라 디지털 광고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두 회사가 밀고 있는 하드웨어 제품들 역시 대거 풀리기 때문이다.

[신현규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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