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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후유증 때문에 백신 못 맞는데…" 방역패스 강화 난처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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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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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에 거주하는 50대 A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튿날부터 5개월 넘게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병원 진단명은 왼쪽 눈 '망막 중심 정동맥 폐쇄', '미세혈관 파열', '망막 부종'입니다.

한마디로 실명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이상증상이 나타난 때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다음 날인 지난 6월 8일입니다.

사물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눈앞이 뿌옇게 보였는데, 지금은 증상이 심해져 새까맣게 보이는 부분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고혈압 등 흔한 기저질환조차 없던 그였지만 "백신 접종과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병원 소견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A씨는 지난 6월 말 2차 접종을 하라는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았지만 다른 눈마저 실명 위기에 처할까 겁이 나 접종을 포기했습니다.

또 다른 50대 B씨도 백신 2차 접종을 포기했습니다.

지난 5월 28일 AZ 잔여 백신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보건소에서 접종했는데, 18일째인 6월 15일부터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수저를 놓칠 정도로 팔의 힘이 빠져 병원을 찾았는데 다발성 혈전에 따른 '기타 뇌경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기저질환 없이 건강하게 살아온 B씨지만 이런 증상이 다시 나타날까 봐 2차 접종을 포기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을 차단하겠다며 방역패스를 강화한 이후 A씨나 B씨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방역패스 강화 수칙은 지난 6일부터 1주일의 계도기간을 거쳐 13일부터 시행됩니다.

이전에는 가족과 함께 영화관이나 박물관, 미술관도 가고 때로는 실내 스포츠 경기도 관람했지만 앞으로는 이 모든 게 불가능해졌습니다.

식당·카페는 비수도권의 경우 8명까지 이용할 수 있지만, 미접종자가 2명이라도 있으면 입장 불가입니다.

A씨는 "제 증상이라면 '예방접종 금기자'에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방역패스가 완화되지 않는 한 직장을 제외한 사회생활을 아예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울화를 터뜨렸습니다.

'예방접종 금기자'는 알레르기 반응 등이 굉장히 심해 백신을 맞아서는 안 된다고 정부가 인정한 이들입니다.

이런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아도 접종 완료자와 같은 대우를 받습니다.

B씨 역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지 않으면 갈 곳이 없다"고 목소리를 키우며 "조만간 병원에 가 '접종 금기자' 신청을 위한 의사 소견서를 받아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둘의 증상은 심각하지만 '접종 금기자'에 포함되는 게 사실상 어렵습니다.

혈압 저하, 호흡 곤란, 의식 소실 등이 빠르게 나타나 응급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등의 증상이 없는 한 '예방접종 금기자'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충북의 경우 백신 접종이 시작된 올해 2월 이후 이달 8일까지 9천695건의 이상반응이 접수됐는데, 이들 중 '접종 금기자'로 인정된 사례는 23명에 불과합니다.

방역당국이 지정 검토 중인 1명 역시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난 주민입니다.

멀쩡하다가 갑자기 응급실을 찾는 등 '주요 이상반응'이 나타난 주민도 70명에 달하지만 '접종 금기자'로 지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충북도 관계자는 "아나필락시스가 아닌 다른 증상으로는 '접종 금기자'로 지정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안타깝지만 PCR 음성확인서를 지참하고 생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부가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다면 식당에서 둘이 함께 식사하는 것도 불가능한 만큼 서둘러 접종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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