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정권의 재판부가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하루 전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징역 4년형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어젯(6일)밤 늦게 국영 TV를 통해 "사면 차원에서 감형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얀마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이 지난 5월 법정에 출석한 모습(왼쪽)과 수지 고문에 대한 선고 이후 미얀마 네티즌들이 올린 '#법 꺼져라' 해시태그. 〈사진=로이터ㆍ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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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선고한 당일, 사면은 아무래도 맞지 않습니다. 미얀마 네티즌들은 "결국 군부가 형량도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네티즌들은 SNS에서 '#법 꺼져라' 해시태그를 달고 군부 결정에 저항하는 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군부는 형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수지 고문이 "감옥이 아닌 현재 구금된 모처에서 복역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배려'의 제스처를 취하는 건 안팎의 비난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 수지 징역형에 국제사회 맹비난…군부는 '마이웨이' 외교
현지시간 6일 미얀마 군부가 임명한 운나 마웅 르윈 외무장관(좌)과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전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우)가 회담하고 있다. 〈사진=DV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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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지 고문에 징역형을 결정한 군부에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엔(UN) 등의 국제기구뿐 아니라 미국과 EU에서도 규탄 성명이 쏟아졌습니다. 미첼 바첼레트 UN 인권 최고대표는 "군부가 통제하는 법원에서 비밀리에 진행 중인 가짜 재판"이라며 "유죄 판결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정치적 동기에 따른 판결이자 군사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주주의의 또 다른 큰 후퇴"라고 규탄했습니다. 미국 백악관도 대변인 브리핑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최근 미얀마 군부는 주 UN 미얀마 대사 자리를 두고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경쟁하고 있었는데요. 이날 유엔 자격심사위원회가 초 모 툰 대사의 지위 유지를 승인하고 군정의 유엔 가입은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초 모 툰 대사는 쿠데타 직후 유엔 총회에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면서 군부에 맞섰던 인물입니다.
지난 2월 초 모 툰 주 UN 미얀마 대사가 유엔총회에 참석해 '세 손가락'을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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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아웅산 수지'는? "미얀마에 민주주의 희망 계속"
수지 고문의 재판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2가지 혐의에 대한 선고만 내려졌을 뿐, 나머지 10개 혐의는 남아 있습니다. 모든 혐의에 유죄가 인정되면 100년형이 넘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군부가 또다시 형량을 절반씩 깎는다고 해도 적어도 수십 년, 올해 76살인 수지 고문의 나이를 생각하면 일 년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만큼 '포스트 아웅산 수지' 시대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습니다.
아웅산 수지 고문에 대한 선고 이후,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군부 시위의 모습. 〈사진=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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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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