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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뿌연 하늘을 맑게…中 주요 행사 전 ‘선전 목적’ 날씨 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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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7월 1일(현지 시각)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이 베이징에서 열렸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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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자들이 지난 7월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인위적으로 맑은 하늘을 만들어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중국 정부가 선전을 목적으로 날씨를 통제한 데 대해 과학 전문매체는 우려를 나타냈다.

6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에 따르면 중국 칭화대 연구원들은 지난달 26일 중국 저널 ‘환경과학’에 공개한 논문을 통해 ‘구름씨 심기 작업’으로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전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해 대기오염을 줄이고 맑은 하늘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구름씨 심기 작업은 요오드화은과 같이 작은 입자의 화학 물질을 구름에 넣어 물방울이 뭉치게 해 강수 확률을 높이는 기술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이 작업으로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3분의 2 이상 감소했고,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른 대기질 지수(AQI)도 ‘보통’에서 ‘좋음’으로 개선됐다. 연구원들은 행사를 앞두고 대기오염물질이 증가했고 이날만 비가 내렸다며 “대기오염물질이 자연적으로 감소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실제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전날 2시간 동안 로켓을 통한 구름씨 심기 작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주민들은 당시 로켓들이 발사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로켓 발사 소리는) 천둥처럼 매우 컸고 아주 오랫동안 계속됐다.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이후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중국 정부가 농업 지역을 보호하거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 등 중요한 행사 전 날씨를 통제하기 위한 노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 동안 중국은 이 기술에 13억 달러(약 1조 5380억원) 이상 투자했다. 이를 통해 2019년 신장 농업 지역에서 우박으로 인한 피해를 70%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대만국립대학교 지리학 박사 시우셴 치옌은 “중국 기상 당국이 상업적 또는 농업적 이유뿐만 아닌 선전 목적을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독특하다”고 말했다.

과학 전문매체 퓨처리즘(futurism)은 “베이징에서 성공적이었던 이 기술은 잠재적으로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며 “만약 한 나라가 자신의 날씨를 통제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기술이 거대 가뭄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연 기후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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