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전국에 공공배달앱 바람... '대구로'의 남다른 성공 "눈에 띄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대구의 한 회사 동료들이 점심시간 때 대구로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고르고 있다. 전준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형 공공배달앱 '대구로'가 최근 출시 두 달 반 만에 주문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대구보다 인구 규모가 4배인 경기의 '배달특급'이 100억 원 주문을 돌파하는 데 101일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성과다. 대구로는 여기에 힘입어 로컬푸드와 택시 호출, 전통시장 장보기도 할 수 있는 시민생활 통합서비스 플랫폼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민간의 공룡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이 시장을 과점하면서 전국 지자체마다 높은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소상공인의 지원책으로 공공배달앱을 선보이고 있다.

공공배달앱이 가장 먼저 등장한 지자체는 전북 군산이다. 군산시는 지난해 3월 '배달의명수'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경기도도 지난해 12월 1%에 불과한 소상공인 중개수수료를 제시하며 '배달특급'이라는 앱을 출시했다. 배달특급은 올 3월 1일 출시 101일 만에 회원 18만 명, 가맹점 1만2,500곳, 거래액 100억 원을 돌파하며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에 힘입어 전국에는 광역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20개 안팎의 배달앱이 선보였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이 낮은 수수료 정책을 지원하면서 민간의 발 빠른 마케팅 전략을 따라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지자체마다 가입자와 가맹점 수를 늘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한국일보

대구형 공공배달앱 '대구로'의 모바일 화면. 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로는 출발이 좀 달랐다. 퀵서비스와 대리운전 플랫폼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한 민간회사에 운영권을 넘긴 것이다.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총괄 사령탑은 대구시가 맡지만 앱 화면제작, 쿠폰 제공, 각종 소비 이벤트 등은 인성데이타에 일임했다.

지난 8월 25일 '주문은 대구로, 배달은 댁으로'를 모토로 출범한 대구로는 중개수수료 2%, 카드수수료 2.2%로 경감, 무료 광고서비스 제공, 실시간 정산, 매출 50만 원까지 중개수수료 면제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소비자에게는 신규가입 5,000원 쿠폰, 재주문할 때마다 2,000원 쿠폰, 대구지역화폐 온라인상품권인 행복페이(최대 10% 할인)로 결제 시 5% 추가할인 및 마일리지 적립, CGV영화할인 이벤트, BC카드 청구할인 제공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선보였다.

이에 힘입은 대구로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회원수 15만1,299명, 가맹점 8,739개, 주문 58만8,556건, 금액 131억9,300만 원으로 하루 평균 5,700여 건의 주문을 소화하며 안정단계에 이르게 됐다.

당초 목표가 연말까지 가입자 10만 명 가맹점 5,000개였으나 두 배인 20만 명에 1만 개로 상향 조정했다.

소상공인이 민간배달앱을 이용할 경우 물어야 하는 비용과도 엄청 차이가 났다. 민간배달앱 A사를 이용할 경우 광고비로 월정액 8만 원(부가세 별도), 중개수수료 6.8%, 카드수수료 3.3%를 부과하고, B사는 광고비 월 7만9,900원, 중개수수료 12.5%, 카드수수료 3.3%를 물고 있다.

하지만 대구로를 이용하면 중개수수료 2%와 카드수수료 2.2%를 물면 그만인 것이다. 개별 가맹점이 월 1,000만 원의 매출을 낼 경우 점주 부담비용이 A사는 109만원, B사는 165만9,000원인 데 비해 대구로는 42만 원이다. 대구의 가맹점 전체로 봤을 때 이날까지 민간에 비해 최소 7억6,000만 원에서 최대 15억 원의 수수료 감면 혜택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일보

인성데이타 최현환 대표이사가 '대구로'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로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공을 들였다. 시민들이 소상공인 생계 지원과 상생을 위해 앱을 내려받아 한 번쯤 주문할 수는 있지만 혜택도 없고 불편하면 휴대폰에서 삭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로는 콘텐츠가 한눈에 쏙 들어오도록 화면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기존 서버 용량에 힘입어 빠른 속도를 선보였다.

김동우 대구시 경제정책과장은 "몇 달간 운영해보니 시민들이 대구로 앱을 대구 브랜드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민간배달앱보다 지명도가 낮은 공공배달앱의 설움도 있다. 일부 가맹점은 대구로를 통한 음식가격과 배달팁을 민간배달앱보다 비싸게 설정해 고객의 진입장벽을 높이기도 했다. 대구로 관계자는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위해 타 배달앱과 같거나 저렴한 메뉴와 팁을 책정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모빌리티 사업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인성데이타는 택시호출과 대리운전 서비스, 꽃배달, 지역 농수산물, 식자재, 전자제품 주문도 가능한 시민생활 통합서비스를 대구로에 구축할 계획이다.

최현환 인성데이타 대표는 "대구로는 배민이나 요기요와 경쟁하는 배달앱이 아니라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것이 목표"라며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출범한 대구로가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배달앱이 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짜내겠다"고 말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