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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솔직히 이 가격은 선 넘었지"…2200원 '장인라면', 소비자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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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0월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하림타워에서 열린 'The미식 장인라면' 출시 미디어 데이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끓인 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하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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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보고 혹해서 샀죠. 맛있을 줄 알았는데 그 가격이면 과한 것 같아요."

35년 내공의 식품 전문기업 하림이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해 선보인 '장인라면'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하림은 제품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봉을 돌파했다며 자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림은 지난 10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The) 미식 장인라면'의 출시를 시장에 알렸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저평가 받아온 가공식품을 장인이 만든 요리 수준으로 끌어올려 가정에서도 미식(美食)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하림의 목표였다.

이 때문에 재료 선정 단계부터 까다로웠다는 것이 하림의 설명이다.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신선한 육류 재료와 각종 양념 채소를 활용했고, 본연의 맛과 향을 위해 분말 스프 대신 액상 스프를 고집했다.

등장도 화려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라면바 메인 퍼포먼스에 나선 것. 김 회장은 지난 10월 14일 서울 강남 하림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리복을 입고 나온 뒤 직접 라면을 끓여 선보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일반 라면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게 가장 큰 변수였다. 장인라면의 가격은 편의점 기준으로 봉지라면이 2200원, 컵라면이 2800원이다. 진라면과 신라면 등 일반 라면이 대체로 7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와 각종 커뮤니티 등에 올라있는 소비자 후기 또한 대부분 부정적이다. 가격만큼 프리미엄급 품질을 기대했으나, 맛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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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하림타워에서 열린 'The미식 장인라면' 출시 미디어 데이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라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하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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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뒤끝에 쓴맛이 올라온다"거나 "라면보다 고추장찌개 같은 맛", "이 맛에 이 가격이면 솔직히 선을 넘었다", "확실히 다르다. 가격만", "다시 사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등 부정적인 평이 지배적이다. 지속해서 소비하기에는 가격대가 무리라는 것.

물론 일부 소비자는 "기름기도 덜한 건면이고, 건더기도 큼직하다"라거나 "일반 라면보다 덜 짜고 건강한 맛"이라고 호평하기도 한다.

하림에 따르면 장인라면의 면은 제트노즐 공법 건조로 바람에 말려 쫄깃하고 잘 불지 않는 건면이다. 또 실제로 나트륨 함량도 기존 라면(1650mg~1880mg)보다 적은 1430mg 수준이다.

식품업계에서도 평은 갈린다.

장인라면을 출시한 하림 측은 지난달 18일 "장인라면이 출시 약 한 달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봉을 돌파했다"며 "시간당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1초마다 한 봉지 이상 판매된 셈"이라고 밝혔다.

하림은 이를 유의미한 성과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식품업계의 판단은 사뭇 다르다. 오뚜기가 선보였던 '참깨라면'의 경우 뚜렷한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도 출시 후 한 달 만에 300만봉가량을 판매하는 데 성공한 바 있어서다.

또 업계에서 '대박' 사례로 꼽는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출시 후 한 달만에 1100만봉 이상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까르보불닭볶음면 역시 참깨라면처럼 입소문만으로 실적을 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300만봉이면 사실 초기 판매량으로는 괜찮은 편"이라며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상품 출시 초기에는 궁금해서 사보는 소비자가 많은데 그들을 어떻게 '충성 고객'으로 만들지가 하림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림은 앞으로도 장인라면 외에 집에서 편리하게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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