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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멀어지는 내 집 마련… 서울 아파트 사려면 ‘숨만 쉬고’ 13.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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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13.6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주택가격과 소득의 격차가 커지면서 내 집 마련 가능성이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서울 KB아파트담보대출 소득대비집값비율(PIR) 은 13.6배로 나타났다. 리브부동산이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조선비즈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들. 2021.12.02/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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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KB국민은행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대출로 담보로 설정한 주택의 가격을 대출자의 연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주택가격과 연소득 모두 중위가격을 넣어 구한다.

주택가격 중윗값을 가계동향조사에서 얻은 중위 소득으로 단순히 나눠 구한 PIR과 달리, 이 지수는 국민은행 대출거래 정보를 활용해 시장참여자들의 실제적인 가구소득과 주택가격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을 더욱 정확히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 수치가 13.6배라는 의미는 중위소득 가구가 13.6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지역 내 중위가격의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수치 산출 근거가 된 지난 분기 대출자의 연소득 중위값은 5652만원, 주택가격은 7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분기 대비 133만원(2.4%), 3250만원(4.4%) 오른 금액이다.

경기도와 인천 등 나머지 수도권 지역에서도 이 지수는 각각 10.7, 9.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도는 올해 2분기(10.4) 처음 10배를 넘어선 후 3분기에도 소폭 올랐다. 인천은 3분기에 처음으로 9배를 넘어섰다. 경기도 대출자의 연소득 중윗값은 4656만원, 주택가격은 4억9800만원이었고, 인천은 소득 중윗값이 3971만원, 주택가격 3억7500만원이었다.

일반 PIR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중간 수준의 서울 주택을 사려면 17.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치인 올해 6월(18.5년)보다는 1년가량 줄었지만, 7월(17.1년), 8월(17.4년)과 비교해 소폭 오른 것이다.

주택가격과 소득 간 격차가 커지는 이유는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1%로, 작년 11월(1.5%)부터 13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대 상승률이 1년 넘게 지속한 것은 관련통계를 집계한 1986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아파트값 상승률도 13개월 연속 1%를 넘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부족이 유지되고 소득이 급격히 오르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는 강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소득대비 자산 가격이 같이 올라야 하는데 비대칭으로 오르고 있어서 주택가격과 소득 간 간극이 커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 등으로 내년에는 집값 상승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가격과 소득의 차이는 유지되겠지만, 주택가격의 상승세 자체는 둔화하는 양상이긴 하다”면서 “증가속도가 올해만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최온정 기자(warmhear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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