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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학생 44%가 과체중, 2년새 2배 되자 ‘비탈길 수업’ 나선 광양 중진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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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 영양 교육, 집중 운동

조선일보

지난달 19일 전남 광양 중진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비만 학생들이 늘자 올해 2학기부터 ‘건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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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전남 광양 중진초 4학년 5반의 6교시 수업 시간. 교실 앞쪽에 놓인 대형 책상 위에 밥·고구마·생선·오이 등 50여 개 식품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간 종이 카드가 펼쳐져 있었다. 학생들은 4~5명씩 모여 하나의 팀을 구성하고 차례대로 장바구니에 식품 카드를 채웠다. 과제는 팀원들이 합심해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도록 식탁을 만드는 것이다. 이 학교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교육 자료와 놀이도구 등을 지원받아 ‘건강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코로나 유행 장기화로 ‘확찐자 학생’이 늘자 올해 2학기부터 이 프로그램을 수업 시간 때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영양 교육 등 정규 수업 과정 외에 비만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심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비탈길(비만 탈출 길잡이)’이라는 이름의 이 심화 과정은 일대일 영양 상담과 집중 운동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아이들의 건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집콕’ 생활이 증가함에 따라 운동량이 줄고 배달 음식 섭취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중진초가 지난 5월 시행한 교내 건강 검사에 따르면 전교생 중 44.4%(851명 중 378명)가 비만·과체중 등 ‘체중 이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체중 이상 비율 22.9%(997명 중 229명)의 2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소아 비만은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최근 3년간 비만 문제로 병원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의료 기관에서 비만 치료를 받은 12세 이하 소아는 3697명이었다. 2018년 1778명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3730명으로, 이미 작년 연간 인원수를 넘겼다.

소아 비만을 방치할 경우 나중에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인 만큼 자존감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어린 나이에도 고지혈증이나 지방간·당뇨병 등 성인병이 나타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며 “소아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선 아이뿐만 아니라 학교·가정 그리고 지자체의 노력과 관심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광양=김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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