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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정권 교체’ 내건 부동산 중개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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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전세 계약을 하려고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 들렀는데 부동산 매물을 붙여놓아야 할 입구에 ‘정권 교체’라는 인쇄물이 붙어 있었다. 그 중개사가 원래 야당 지지 성향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가 다 비슷했다. 집 사고파는 중개소가 반(反)정부 성토장이 된 건 문재인 정부의 ‘미친 집값’ 불똥이 부동산 중개사들에게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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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사고팔면 매수자, 매도자가 복비를 900만원씩 부담해야 했다. 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이 2배 넘게 뛰면서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겼다. ‘미친 집값’에 ‘미친 복비’까지 부담해야 하니 국민들 원성이 폭발했다. 이 민심을 달래겠다고 정부가 지난 10월부터 부동산 중개료를 낮췄다. 그래도 집값과 전셋값이 너무 올라 사람들은 ‘복비 인하’를 별로 체감하지 못한다. 수입 줄어든 부동산 중개사들의 불만만 치솟았다.

▶복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문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 구축 사업’을 포함한 것이 부동산 중개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8월 기준 공인 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46만6000명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 60명당 1명꼴이다. 75%는 장롱 자격증이고 실제 개업은 11만5000명 정도인데 그마저도 공급 과잉이라 폐업률이 높다. 집 한 채 거래하고 거액을 챙기는 직업인 것은 아니다. 뿔난 공인 중개사들이 ‘우리가 봉이냐. 정책 실패 책임 전가 말라’ ‘부동산 정책 실패, 민주당 정권 교체가 답이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의 부동산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집값 폭등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요?’라고 글을 띄웠다. ①무주택자 ②종부세 안 내는 1주택자 ③종부세 조금 내는 1주택자 ④종부세 수천만원 내는 다주택자 중에 답을 하나 고르라고 했더니 엉뚱하게 ‘최대 수혜자는 정부’라는 댓글이 주르르 붙었다. 집 없는 사람은 집값 전셋값 올라 분노하고, 집 가진 사람은 세금 많이 뜯겨 분노하고, 부동산 중개사는 복비 많이 받는다고 비난받다 복비가 깎여 분노한다. 두둑해진 건 세금 걷어간 정부 주머니뿐이다.

▶지금 여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부동산 중개사들 불만을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5년 내내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은 외면하고 ‘부동산 정치’에만 매달렸다. 이제 민심의 역풍을 실감하는 모양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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