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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15년 전 코로나 팬데믹 예견… 美 전염병 방어체계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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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존 M 배리/이한음 옮김/해리북스/3만8000원


그레이트 인플루엔자/존 M 배리/이한음 옮김/해리북스/3만8000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5년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던 중 보건장관 마이크 레빗이 준 책 한 권을 읽게 된다. 이후 워싱턴으로 돌아온 부시 대통령은 국가안보 담당 수석보좌관을 집무실로 불러 “국가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그 책을 건네준다. 책은 역사가 존 배리가 쓴 ‘그레이트 인플루엔자’로, 1918년 독감 팬데믹을 주제로 인류에게 100년마다 한 번씩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종합적인 팬데믹 대비 계획은 이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됐다. 세계적인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새롭고 빠른 백신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 마스크와 산소 호흡기 같은 긴급 보급품의 물량 비축 등이 포함됐다. 처음 부시가 이런 팬데믹 대비 구상을 말했을 때 보좌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테러와의 전쟁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국가 안보와 관련한 현안이 산적해 있었고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의 창궐은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5년 뒤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다. 부시의 선견지명에도 미국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배리는 책에서 “1918년이 남긴 한 가지 지배적인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중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무엇도 왜곡해서는 안 되고, 거짓으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해서도 안 되며, 그 누구도 조종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닥쳤을 때 미국의 지도자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진실’을 이해하거나 말하는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2004년 출간된 책 ‘그레이트 인플루엔자’는 2005년 미국 국립과학원이 지난 1년간 출간된 최고의 과학 및 의학책에 수여하는 케크 커뮤니케이션을 받았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출간 16년 만에 다시 언론의 재조명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1년 넘게 베스트셀러 목록에 머물렀다. 2020년 빌 게이츠는 이 책을 두고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유행병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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