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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이준석 "당대표는 대선후보 부하 아니다"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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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부터 당무를 중단하고 부산에 이어 제주를 찾으며 3일째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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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패싱' 논란이 불거진 후 여의도를 떠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윤석열 대선후보를 향해 "당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 부하가 아니다"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항의성 행보를 그저 '재충전' 정도로 규정하면서 "무리하게 (복귀를) 압박할 생각은 사실 없다"며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갔다. 두 사람 간 갈등이 장기화하며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표류하자 윤 후보 지지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저녁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압박을 받았던 점을 거론하며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했던 말의 울림이 지금의 후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똑같이 말한다. 저는 배려받을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대표는 적어도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가 당을 수직적 질서로 관리하는 모습이 관례였다면 그것을 깨는 것부터가 신선함의 시작"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간 익명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 공세를 편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게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이날 제주 4·3평화공원 참배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핵심 관계자발로 언급되는 여러 가지 저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 지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특히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 해먹으려고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인사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정치적 의도가 담긴 윤 후보 측의 익명 인터뷰로 인해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홍보비 해먹으려고 한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후보 옆에 있다는 건 선거 필패를 의미한다"며 "선의로 일해보려는 사람에게 악의를 씌우고 익명으로 장난치며 후보 권위를 빌려 호가호위하는 것이고 실패한 대통령 후보를 만드는 것이다. 저는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관련 발언을 한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그런 대화가 나왔다. 후보께서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며 "모욕적인 언사가 계속 나올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누군지) 지적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늦은 저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_^P'라는 이모티콘을 올린 것에 대해 "윤 후보 핵심 관계자란 파리떼 당신들이 이겼다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상대하지 않을뿐더러 제가 규정한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역할 외에 이번 선거에서 딱히 할 역할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행동이 '당무 거부'나 '태업'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당무 거부냐 얘기하시는데, 우리 후보가 선출된 이후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며 "후보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이 교체된 이후 제 기억에 딱 1건 이외에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측이 내세운 권성동 사무총장이 김석기·성일종 부총장을 교체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제외하면 당대표인 자신에게 어떤 보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당무에 대해 어떤 보고도, 실질적인 협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무 공백이 발생했다'는 인식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 간다"며 "현재 당무 공백 없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자신이 당무를 거부한 게 아니라 윤 후보 측이 당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재차 언급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어 "저는 제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했기 때문에 지금 계획된 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홍보에 국한된 제 역할을 하겠다. 나머지 총괄 지휘는 그분(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하는 게 옳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6일 선대위 발족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발족은 (지난) 월요일에 했다"고도 답했다.

윤 후보는 이 같은 이 대표 행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 행동을 보였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간담회 이후 '이 대표 복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이냐'는 질문에 "무리하게 (복귀를) 압박하듯이 할 생각은 사실 없다"고 답했다. 모든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이 대표를 만나 복귀를 설득해야 한다는 당 일각의 주장에 선을 확실히 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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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갈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사람 충돌이 장기화되며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매일경제·MBN 의뢰로 알앤써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7.9%, 윤 후보는 43.3% 지지를 각각 얻었다. 2주 전까지 14.4%포인트에 달하던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는 이날 5.4%포인트로 줄어들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크게 하락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36.4%, 민주당이 31.7%로 각각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7%포인트 하락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4.5%포인트 올라 30%대를 회복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100%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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