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내부 직원들 사이의 종교적 차별을 배제해야 한다며 ‘크리스마스’ 등의 용어 사용 자제를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냈다가 교황청 등이 반발하자 가이드라인을 철회했다.
가톨릭 전문매체 ‘가톨릭 뉴스통신’(CNA)은 1일(현지시간) EU가 성별과 성적 정체성·인종·문화·종교 등에 기반해 특정인을 낙인찍거나 차별하지 않도록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자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가 전날 철회했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용어 대신 ‘홀리데이(holiday)’라는 용어로 대체해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등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가톨릭의 공개 반발이 이어지자 가이드라인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6일 헬레나 달리 EU 평등 담당 집행위원은 32쪽 분량의 ‘포용적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용어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 등이 구체적으로 나열됐다. ‘체어맨’(Chairman) 대신 ‘체어’(Chair), ‘레이디스 앤 젠틀맨’(ladies and gentlemen) 대신 ‘컬리그’(colleagues) 사용을 권고했다. 종교 부문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용어가 사용 금지 목록에 포함됐다. 기독교인이 아닌 EU 직원이 있는 만큼 다른 종교적 전통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가이드라인은 또 특정 종교를 드러내는 이름을 쓰지 말아야 한다면서 ‘마리아’, ‘요한’ 등의 세례명 대신 성(姓)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유튜브 캡처 |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면서 교황청은 반발하고 나섰다 교황청 서열 2위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국무원장)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차별 금지는 옳은 일이라면서도 EU 집행위 가이드라인이 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그 뿌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EU 가이드라인은 유럽의 기독교 뿌리를 경시하고 현실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일자 EU는 지난달 30일 보완이 필요하다며 가이드라인을 철회했다. 달리 집행위원은 “공개된 가이드라인은 완성된 것이 아니며 모든 위원회의 기준을 충족하지도 않는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을 취소하고 추가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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