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24+] 액체수소 저장탱크 개발한 패리티
미래 모빌리티 新동력 꼽히는 액체수소…'영하 253도' 보관 필수
극저온 기술 전문 엔지니어들이 설립…드론으로 상용화 '첫 발'
수소 기관차도 개발 나서…내년 상반기 시리즈B 투자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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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액체수소는 기체수소에 비해 효율성이 높다. 동일한 무게의 연료탱크에 최대 3배 많은 양을 넣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현대차 ‘넥쏘’ 등 현재 상용화된 수소 모빌리티는 대부분 기체수소로 움직인다. 수소를 액체 상태로 유지하는 극저온 저장기술이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까닭이다. 액체수소는 절대온도(영하 273도)에 가까운 영하 253도에서 보관하지 않으면 금세 기화된다.
패리티는 액체수소 저장탱크를 만드는 회사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가스공사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헬륨 등의 저장기술을 연구하던 엔지니어들이 모여 설립했다. 회사 연구 인력들이 수십 년 동안 다뤄왔던 물질은 모두 액체수소처럼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해야 한다. 그만큼 액체수소 저장기술 개발에 최적화된 이들이 모였다는 의미다.
기체수소 대비 효율성 3배
패리티가 기체수소가 아닌 액체수소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승용차를 제외한 수소경제는 결국 액체수소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패리티가 수소탱크 시스템의 에너지 밀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체수소는 4wt%(웨이트 퍼센트·무게 대비 함유량)인 반면 액체수소는 12wt%다. 웨이트 퍼센트가 높을수록 같은 중량의 탱크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체수소 대비 액체수소의 효율성은 3배 가량 높은 셈이다.
김사순 패리티 대표는 “모빌리티 크기가 커질수록 웨이트 퍼센트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면서 “기체수소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적용하기 힘들 정도로 효율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장거리 주행이 필요하거나 높은 출력이 필요한 모빌리티는 결국 액체수소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패리티가 개발한 모빌리티용 액체수소 저장탱크. [사진제공 = 패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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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드론으로 액체수소 저장탱크 상용화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회사는 지난해 충남 수소에너지전환 규제자유특구 사업자로 선정돼 올해부터 액체수소로 가동하는 드론 실증에 돌입했다. 액체수소 드론으로 충남 당진에 위치한 행담도부터 충남 태안의 만리포까지 100km에 이르는 해안선을 감시하는 실증이다. 일반 전기 배터리 드론의 평균 운행시간은 1시간에도 미치지 못해 장시간 비행이 필요한 감시 드론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반면 패리티의 액체수소 드론은 400g의 액체수소를 충전해 5시간 이상 운행할 수 있다. 국내 항공사 D사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드론도 최대 운행시간이 2시간에 불과했다.
드론·기관차 개발 ‘박차’
내년부터 액체수소 드론으로 도서지역에 물건을 배송하는 실증도 진행한다. 무창포항에서 외연도(41km), 가의도(64km), 격렬비열도(98km)까지 드론에 약 5kg의 물품을 싣고 배송하게 된다. 회사는 액체수소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이동형 플랜트(생산시설)도 개발했다. 이 플랜트는 매일 약 3kg의 액체수소를 생산해 7~8대의 드론을 완충할 수 있다.
이 같은 ‘드론 배달’이 현실화하면 빨라야 2~3일이 걸렸던 도서지역 물품 배송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김 대표는 “10년 안에 깜짝 놀랄 정도의 모빌리티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며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안에 일상 속 다양한 모빌리티의 파워 솔루션이 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패리티의 액체수소 저장탱크를 탑재한 드론. 패리티의 액체수소 드론은 400g의 액체수소를 충전해 5시간 이상 운행할 수 있다. [사진제공 = 패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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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수소 기관차도 공동 개발 중이다. 최고 속도가 시속 150km에 이르고 한 번 충전으로 1000km 이상을 운행할 수 있는 액체수소 기관차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내년 하반기에는 현대로템이 개발한 수소트램에 패리티의 연료탱크가 장착돼 실증에 돌입한다. 회사는 2024년 디젤 기관차에 들어갈 500L 규모의 액체수소 탱크 개발을 마무리하고 2027년쯤 상용화할 계획이다.
액체수소의 가능성을 본 기관·대기업은 회사에 러브콜을 보냈다. 회사는 지난 9월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씨드투자 등을 포함하면 누적투자액은 약 50억원이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수소기업인 호라이즌퓨얼셀, 하이존모터스와 액체수소 탱크 공급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김 대표는 “액체수소는 화석연료의 효율성을 뛰어넘을 수 있어 친환경 에너지라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내년 상반기 오픈할 시리즈B 투자에는 에너지기업 등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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