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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시론] 핵무장에 헌법적 장애 요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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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국가 목표로서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즉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질서에 입각한 것이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헌법 제4조). 우리가 어떤 통일인가를 묻지 않는 몰(沒)체제적 통일 지상주의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의 확고한 의지로서 헌법 개정의 한계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는 물 건너갔다.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화되었다. 북한이 절대 무기인 핵으로 무장하고 있는 한 이미 한반도에서의 힘의 균형은 깨진 상태다. 이제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우산 하에 덧씌워진 현실이 됐다. 그렇게 되면 통일은 대한민국 체제를 부인하는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현행 헌법에 의한 대한민국 체제가 종언을 고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북한 체제에 흡수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그럼에도 핵 보유에 관하여 평화통일 운운하며 원론적⋅이상론적 주장만을 되풀이할 것인가!

혹자는 우리가 핵 보유 선언을 하는 순간 국제사회의 왕따가 되고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판에 박힌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체제가 북한 체제로 흡수되는 상황이 와도 괜찮은지 묻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CNN과 가진 회견에서 “핵 개발에 반대한다. 우리도 핵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로 대응하면 남북 간에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만약 지금도 이러한 견해라면 이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헌법 제66조 2항)를 저버리는 것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평화통일을 위한 북한과의 접촉(대화)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어야지, 이를 도외시하거나 포기한 통일 논의는 그 자체로 위헌적이다. 통일이 자유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자유민주주의가 통일의 희생물이 될 수는 없다.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 헌법 수호 의무는 대통령의 최우선 헌법적 책무다. 따라서 헌법의 자기 방어적 성격상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핵 보유는 국민적 결단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밖에 없다. 핵 보유는 헌법상 평화통일 조항과 상충되지 않는다. 오히려 헌법은 핵 보유에 대하여 개방적 성격을 띠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된 이상 북한 체제로의 종속(흡수 통일)을 막기 위해서 대통령은 헌법 제72조에 따라 핵 보유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그 결과에 따라 핵 개발을 위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차기 대선 후보들도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제 정치 공학상 당장 핵 보유는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국제사회, 특히 북한에 대하여 우리도 언제든지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한국이 그런 의지를 표출하는 순간 핵 억지 효과도 있다고 본다. 북한 핵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다. 언제까지나 미국만 바라볼 수는 없다. 북한과 중국의 핵 보복 위협을 무릅쓰고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하와이나 LA를 포기할 것으로 보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전문가들은 늦어도 6개월이면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기술의 유출과 전문가들의 사기 저하로 핵 개발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었다면 헌법적 체제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나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힘을 배경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이석연 변호사·전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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