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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나라·대륙 생각할 때 지나"…달라이 라마 기후위기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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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알트의 공저 '단 하나뿐인 우리의 집'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21세기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세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20세기는 어마어마한 파괴, 인간 고통 그리고 전례 없던 환경적 손상을 경험한 세기였지요."

기후 위기에 대한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는 가운데 티베트 불교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당부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다'며 지구 환경 파괴의 현실을 외치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간절한 호소를 떠올리게 한다.

달라이 라마는 "21세기를 인류가 하나라는 의식을 고취하는 세계, 대화의 세기로 만드는 게 우리 인류의 과제"라며 "'내 조국'만을, 아니면 '우리 대륙'만을 따로 생각할 때는 지났다. 세계 70억 인류가 협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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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불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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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10개 주요 강들의 발원지인 티베트 고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프란츠 알트 박사가 달라이 라마와 함께 쓴 '단 하나뿐인 우리의 집'은 오늘날 자연환경을 지켜낸다는 것이 지구촌 인류 모두의 의무인 동시에 우리의 생존을 위해 긴요한 기본 가치라는 전제 아래 정치적 결정권자들을 향해, 그리고 젊은 기후 활동가들과 세계 시민 모두를 향해 기후위기에 관한 무지와 현재의 교착상태에 맞서 싸워달라고 당부한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하나의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두의 생사가 걸린 최대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신간은 두 저자가 나눈 대담을 중심으로 하되 기후 십계명, 오늘의 생태 위기와 해법 등에 관한 알트 박사의 글도 함께 실렸다. 알트 박사는 지난 38년 동안 40회에 걸쳐 달라이 라마를 친견했고, 평화와 인권, 환경·기후 보호를 주제로 15회의 인터뷰를 했다.

이 대담에서 달라이 라마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낳은 정신적 바탕에 이의를 제기하며 우리가 물려받은 것,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을 윤리적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구환경이 훼손되고 오염되면 수많은 부정적 결과들이 나타납니다. 바다와 호수는 온도를 낮추고 진정시키는 특성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런 특성에 의존하며 살던 생물들의 삶은 교란됩니다. 초목과 숲 지대가 줄어들면 지구의 풍요로움도 줄어들지요."

달라이 라마는 "오직 '내 나라'니 '우리 대륙'이니 하는 것만을 생각할 때는 이미 지났다"며 "인류의 단일성에 기반을 둔, 더 큰 국제적 책임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고향인 티베트 고원이 안고 있는 위기 현상을 범지구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티베트 고원은 북극, 남극에 이어 지구상에서 세 번째로 큰 빙하 지대다. 이 빙하들이 2005년 이후 거의 2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500여 개의 작은 빙하들이 모두 사라졌고, 큰 빙하들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갠지스강, 인더스강, 양쯔강, 메콩강 등 아시아의 10개 주요 강들의 발원지인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물 저장소로 세계 인구의 5분의 1인 15억 명이 이 강물에 의존해 살아간다. 티베트에 있는 4만6천 개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그 수가 줄어들수록 인류는 심각한 물 부족사태를 겪게 되리라는 것이다.

알트 박사도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을 상대로 3차 세계대전을 벌이고 있다. 지구는 심각한 감염병에 걸렸다. 병원체는 한 무리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다"라며 절대공감을 표시한다.

더불어 "지구 온난화라는 도전과제에 직면해 인류의 단일성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생존을 보장할 진정한 방도"라면서 "196개국이 서명한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은 실행으로 이어져야만 하는 좋은 출발지점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달라이 라마의 말과도 궤를 같이 한다.

"삶의 목적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자비 혁명이 필요하다. 인류가 하나라는 의식을 갖춘 채 더 자비로운 세상의 창조에 이바지할 따뜻한 마음이 그 혁명의 기초다."

민정희·우석영 옮김. 산현재 펴냄. 212쪽. 1만5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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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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