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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일관계 해법 닮았고, 종전선언 접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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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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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입장이 상당히 강경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종전선언이 가능할지 낙관하는 편은 아니지만,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과정의 큰 일부로서 추진할 가치가 있다."(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종전선언의 당위성에 대해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춘 것도 아니고 핵 동결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지금 종전선언을 해야 하나."(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

30일 '차기 정부의 대외 전략'을 주제로 MBN과 동아시아연구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 외교브레인이 종전선언 추진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인 위성락 전 대사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2009년부터 약 3년간 6자회담 대표로 북핵 실무 협상을 담당했던 위 전 대사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평화 과정이 필요한데 종전선언도 이런 과정의 하나"라며 "한미 간에 논의되고 있는 종전선언도 이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위 전 대사는 그러나 "북한이 종전선언을 하려면 적대시 정책, 이중 기준 등을 철폐하라며 높은 조건을 내걸고 있는 데다 현 정부 임기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 실질적으로 종전선언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하지 않는 편"이라며 "하지만 비핵·평화 과정의 큰 일부로서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고려대 교수로 윤 후보 측 외교안보통일분과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성한 전 차관은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당위성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제하고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대북 제재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압박이 지속돼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종전선언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전 차관은 특히 종전선언이 되더라도 정전협정은 유지될 수 있다는 논란과 관련해 "결혼식은 하는데 혼인신고는 안 하겠다는 얘기인가"라며 "결혼식을 했으면 결혼생활을 해야 하는데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위 전 대사는 "평화와 안전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지 않고는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결혼식이냐 아니냐의 양분법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깊은 교제를 해서 문제를 풀어가 보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대응 방향을 놓고서도 결이 다른 견해를 내놨다. 위 전 대사는 "아무래도 미국에 더 가까운 좌표와 방향을 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국처럼 부상하고 이웃이며 경제적으로 연결된 나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 통일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칠 나라와 먼 관계를 유지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전 차관은 "한국이 가진 지정학적 한계를 미국과의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극복해가는 것이 전략적으로 대단히 유리하다"며 "윤 후보가 차기 정부를 책임지게 되면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바탕으로 하되 한중 관계는 상호존중과 정경분리의 원칙이 작동하는 가운데에서 협력 관계를 심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1997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은 전향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위 전 대사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이 후보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당면한 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연하게 움직여 가면서 한일 관계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도 "윤 후보가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를 공약한 것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탕으로 한국이 일본과 미래를 함께 열겠다는 의미"라며 "최악의 한일 관계일수록 모든 현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과감하게 풀어나가 보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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