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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일부일처인가요?"[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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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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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 근처 동물원을 방문하던 중 겪은 일이다. 우리를 안내하던 현지 가이드가 어느 조류의 무리를 가리키며 그들이 일부일처(monogamy)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던 나는 "사람하고 똑같네요"라고 반응을 했는데, 그 가이드의 표정이 의외였다. 나를 이상하다는 듯 빤히 쳐다보고는, "인간이 일부일처인가요?"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이 물음은 나를 혼란에 빠뜨렸고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새들이 '한 파트너를 갖는다(mating for life)'는 것은 대체로 특정 번식 시기에 하나의 상대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고, 다음 번식기에는 또 다른 상대방을 만난다. 어떤 새들은 한 마리와 여러 번식기를 함께 지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라도 한쪽 새가 죽으면 다른 쪽 새는 새로운 배우자를 취한다. 새들의 경우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사랑보다 자기 종족의 번식이 최우선 목표인 것이다.

인간사회에서 남편이 여러 부인을 동시에 두는 것을 '일부다처제(polygyny)', 부인이 여러 남편을 두는 것을 '일처다부제(polyandry)'라고 하고, 이 둘을 통틀어 '폴리가미(polygamy)'라 한다. 우간다는 전통적으로 일부다처제 사회인데, 앞서 전파된 이슬람은 그 제도를 용납했지만 19세기의 영국 기독교 선교사들은 그 문화를 혐오했다. 따라서 '낮에는 영국국교도, 밤에는 아프리카인(Anglican by day and African by night)'으로 일부다처를 숨기며 사는 우간다인이 많아졌다. 현대에 와서 한 명의 배우자를 규정한 '가족관계 법령'이 국회에서 의결되었지만, 그 전통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이에 반해, 1994년에 백인 정권이 막을 내린 남아공에서는 정부의 혼인법 개정과 관련해 기존의 일부다처제와 더불어 이제 일처다부제도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2021년 6월). 일처다부제는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케냐, 가봉 등에서 현실에 존재하고 법으로 허용되기도 한다.

물론 서구사회의 일부일처제가 더 우월하다거나 성공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2000년대 초 영국의 이혼율은 이미 40%에 육박하고, 불륜도 흔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일부일처제와 아프리카의 전통이 만날 때 문화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재미있는 사례가 2007년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던 '빅 브러더 아프리카(Big Brother Africa)'인데, '빅 브러더'는 등장인물들이 한곳에서 생활하며 벌어지는 일(때로는 선정적인 장면들)을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인기 없는 인물을 하나씩 탈락시키면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당시 '빅 브러더 아프리카'의 우승자는 탄자니아인 리처드였고, 이 남성은 이미 캐나다 여성과 결혼을 한 상태였다. 98일 동안 화면으로 바라본 남편의 '성적 방종'을 그 부인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당사자와 가족들은 "남편의 행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오히려 그녀를 나무랐다고 한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고 외국에 살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즐거움도 얻지만,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충격을 받기도 한다. 아프리카로 구경을 떠나거나 이주를 하는 이들은 이러한 문화 차이를 미리 알고, 매력적인 현지인들을 만날 때 그 '위험'을 재빨리 머릿속에 떠올려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김윤정 ‘국경을 초월하는 수다’ 저자ㆍ독일 베를린자유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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