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연상호 감독. 극 중에 등장하는 '고지' 내용 중 '20년 뒤에 죽는다'와 '30초 뒤에 죽는다' 중 고르자면 "정리할 게 많아서, 20년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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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긴 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종교는 믿음보다 질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극 중 그려지는 죽음이 '살인인가 천벌인가' 답을 하기보다, 그게 살인이든 천벌이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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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촉', '프로파간다성 스피커'의 시각화… 불쾌한 것도 이해"
극중 '새진리교'의 교리를 믿는 극성 단체 '화살촉'은 '신의 뜻' '심판'이라며 사람들을 폭행하고 괴롭힌다. 얼굴에 진한 분장을 한 인터넷방송 BJ는 방송을 통해 이 세력들에게 '타깃'을 정해주는 등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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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난데없이 나타난 ‘천사’가 인간에게 죽는 날짜를 알려주고, “너는 지옥에 간다”라고 ‘고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지'를 신의 뜻이라고 설명하는 신흥 종교 '새진리회'가 득세하고, 그 세력의 횡포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과정을 그린다. 연상호 감독·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새진리회의 교리를 강하게 믿는 '화살촉'은 '고지'를 받고 난 뒤 숨어드는 사람들을 찾아내 폭행하고 괴롭히는 집단이다. 한국 사회의 혐오를 반영한 묘사냐는 질문에 연 감독은 "실제 사건, 있을 법한 일로 묘사하려고 했지만 어떤 '특정 사건'으로 보이진 않았으면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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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글로벌 1위…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하다"
지난 19일 공개돼 전 세계 넷플릭스 TV시리즈 부문 인기 1위를 기록한 ‘지옥’. 연상호 감독은 1화 첫머리의 이 추격신을 '가장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꼽으며 "현실이라면 천사를 피해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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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가장 원작 그대로 만들 수 있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을 택했다는 연 감독은 '지옥' 공개 후 흥행에 대해 "10여년 전부터 한국 작품들이 쌓아온 신뢰가 모여서, 세계시장이라는 벽에 낸 균열들이 쌓여 최근 둑이 무너져내리는 것처럼 반응이 쏟아져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부산행 이후 영화 관련 해외 제작 논의는 많이 하지만,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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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프닝도 내가 만들어야 돼?" 넷플릭스 첫 경험
'투시 카메라'같은 화면은 "신이 만약 존재한다면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에서 착안했다. 그는 "우리가 보는 내용은 뜨겁지만, 관조‧관망하는 신의 관점에서는 드라이한 현상이겠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것이 들여다보이고, 카메라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풍경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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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작품 연속 '희망'으로 내세운 '아기'
극중 송소현(원진아)의 아기는 이후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연상호 감독은 "아이에게 희망이 안 느껴지는 사회는 유지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여러 작품에서 '아기'를 희망으로 등장시킨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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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희망이 안 느껴지는 사회는 유지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 '부산행' '반도' 등 전작에 이어 '지옥'에서 아기는 희망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끔찍한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생각들이 작품 속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연 감독이 아이를 통해 구현하려는 이야기는 시즌 2를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연 감독은 현재 '지옥'을 함께한 배우 김현주·류경수를 비롯해 강수연 등과 함께 넷플릭스 시리즈 '정의'를 제작 중이다. 연 감독은 "이것도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만 넷플릭스 측에서 '단편소설 같은 SF도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진행 중"이라며 "크리에이터에게 넷플릭스는 굉장히 좋은 플랫폼이고, '지옥' 후속 시리즈를 영상화한다면 넷플릭스에 우선권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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