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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끌어들여 전략 비축유 공동 방출 계획을 발표했지만 기름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가는 이틀 연속 되레 상승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3% 오른 7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3% 이상 오르며 82달러대에서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하루에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지난 8월 이후 처음이다. 골드만삭스는 "각국이 방출하기로 한 비축유 합계는 7000만~8000만배럴 수준으로 1억배럴 이상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을 하회한다"며 "스왑 물량을 감안하면 2022~2023년 순증분은 4000만배럴에 그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이날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결정을 발표하면서 유가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미국은 총 전략 비축유 가운데 8% 수준인 석유 5000만배럴을 방출한다. 이 중 3200만배럴을 시중에 풀었다가 몇 달 뒤에 비축유로 회수하고, 나머지 1800만배럴을 수개월 동안 직접 판매하는 형태로 공급 부족 문제를 풀어간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인 6억450만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서 90일간 소비할 수 있는 규모다.
일본 정부도 미국 요청에 맞춰 국내 수요의 1~2일분에 해당하는 420만배럴 규모로 비축유를 내놓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원유 가격 안정은 코로나19 사태로부터 경제 회복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과제"라며 미국의 방출 계획에 보조를 맞춰 국가 비축유 중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국가 비축 145일분, 민간 비축 90일분, 산유국 연계 6일분 등 241일분을 비축해놨다. 일본이 비축유를 내놓는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실제 상황과 수요에 따라 비축유 방출을 안배하겠다고 밝혔지만 규모와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인도, 영국까지 동참하면서 전체 7000만~8000만배럴의 비축유가 시중에 풀릴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축유 방출에 대한 국제 공조가 공급 부족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고 가격을 낮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룻밤 사이에 기름값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석유 유통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들여다보면서 정유회사들의 폭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불법적인 반시장 행위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적절한 석유 공급 차원에서 전 세계와 협력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비축유 추가 방출 옵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국가들의 증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석유 소비국들의 한정된 비축유 조치만으로는 근본적으로 석유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비축유 공동 방출 조치가 여러 측면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내놓는 비축유는 황 함유량이 높은 중질유이기 때문에 미국에 공급되지 않고 정제 시설을 갖춘 중국과 인도로 대부분 수출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앞으로 유가는 비축유 방출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확대 여부와 OPEC의 증산 지속 가능성, 이란과의 협상 등에 더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조치가 OPEC의 역풍을 초래할지 주목된다. 다음달 2일로 예정돼 있는 제23차 OPEC+ 장관급 회의에서 증산에 대해 제동이 걸리면 또 한 차례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OPEC은 전 세계적인 원유 생산 능력을 회복하는 데 치명적일 수 있는 비축유 방출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증산 계획을 중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란과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 계획이 일시에 흔들릴 수도 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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