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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국제유가 상승에…조선업계, '애물단지' 드릴십 재고 털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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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드릴십 매각·용선 계약 잇따라 체결

유가 상승…‘악성재고’ 드릴십 재고 해소 기대

유가 변동성·친환경 연료 전환 등 ‘매각 걸림돌’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수년간 ‘애물단지’로 여기던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을 처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조선사들로선 재고로 남은 드릴십을 매각하면 한 척당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고 부담을 덜 수 있어 유가 상승 기회를 이용해 드릴십 매각을 꾸준히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달 터키 시추사 터키페트롤리엄에 드릴십 ‘코발트 익스플로어’를 매각했다. 이번에 매각한 드릴십은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미국 시추사 밴티지드릴링으로부터 6억6000만달러에 수주했으나 2015년 벤티지드릴링이 파산하면서 계약이 취소돼 재고로 남은 선박이다.

앞서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 6월 이탈리아 전문 시추 선사인 사이펨과 드릴십 한 척에 대한 용선(선박 대여) 계약을 체결했다. 용선 기간은 이달부터 2023년 8월까지로, 이번 계약엔 사이펨이 내년까지 드릴십을 사들일 수 있는 옵션도 포함돼 있다. 해당 드릴십도 삼성중공업이 2013년 그리스 선사인 오션리그로부터 수주했으나 2019년 계약이 해지된 재고 선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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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사진=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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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십은 일반적인 고정식 석유시추선과는 달리 여러 지역을 이동하면서 시추하는 해양플랜트 설비로,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명사로 불리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박 등과 비교해 가격이 비싸 조선사들로선 수익성이 크다. 한 척당 가격이 최소 5000억~6000억원에 달해 한때 조선업계에선 드릴십을 ‘드림십’(Dream Ship)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초반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2014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해상 유전의 채산성이 떨어지자 전 세계 드릴십 발주량은 2012년 34척에서 2014년 4척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선박 발주처가 드릴십 인도를 거부하거나 파산하는 사례도 속출하면서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드릴십을 재고로 떠안았다.

이렇게 인도하지 못한 드릴십은 조선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며 ‘악성 재고’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척당 연간 100억원 가까이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드릴십의 장부상 가치도 줄어들면서 조선사들의 영업손실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최근 3년 동안 영업손실에서 드릴십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국제유가 상승이 드릴십 재고 해소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한 이후 현재 70달러 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상 업계에선 드릴십의 채산성을 확보하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이 드릴십 매각 협상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봤을 때 조선사들에 재고로 잡혀 있는 드릴십이 이른 시일 내에 매각 또는 용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제유가의 변동성 등으로 드릴십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최근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내세우며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드릴십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원유·가스 산업 투자 규모는 3560억달러로,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약 26%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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