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 대상 수상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 |
(서울=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22일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비롯해 '페이보릿 팝 듀오 오어 그룹'과 '페이보릿 팝송'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노미네이트된 세 부문의 트로피를 모두 거머쥔 것이다.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 아티스트가 AMA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BTS가 처음이다. 2013년 데뷔 이후 8년 만에 최고 영예를 차지한 BTS의 이번 쾌거에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버터'(Butter)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총 10주 1위를 차지했고 '퍼미션 투 댄스'와 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로도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평생 한 번도 어려운 핫 100 정상을 올 한해에만 12번이나 오른 것이다. 1960년대 비틀스, 1970년대 엘튼 존, 1980년대 마이클 잭슨, 1990년대 너바나, 2000년대 드레이크와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된 것이다. "이번 수상은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지배자라는 것을 확인해준 것"(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이라는 평가가 전혀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BTS의 수상 못지않게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열풍도 감동적이다. 순위집계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20일 공개 하루 만에 전세계 드라마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이 6일 만에 이룬 세계 1위 기록을 하루 만에 달성한 것이다. 드라마 순위 10위 안에는 지옥과 오징어 게임, 로맨스 사극 '연모' 등 한국 드라마가 세 편이나 들어 있다. 공감하기 쉬운 소재에 탄탄한 장르의 포트폴리오로 1인치의 장벽을 넘어선 한국 드라마에 대한 전세계 시청자들의 인정이다.
최근 들어 K 콘텐츠 파워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했고,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주지하다시피 오징어 게임은 무려 3개월이나 전세계 드라마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K 콘텐츠 열풍이 기적이나 우연이 아닌, 우리의 내적 에너지가 실력으로 드러난 것임을 입증한다.
콘텐츠 파워는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거나, 돈을 얼마 벌어들였다는 관점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국민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국운 상승의 기운을 불어넣는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4차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산업 대전환기에 한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은 글로벌 시장을 관통하고 있다. 1882년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분기'(Great Divergence) 이후 후진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는 평가가 무성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휩쓴 고진영(26)의 쾌거는 한국 스포츠의 강력한 파워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전세계는 한국이 한강의 경제 기적을 일군 나라를 넘어 문화ㆍ스포츠 등 소프트파워 곳곳에서 세계를 이끄는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 위대한 업적들과는 정반대의 궤적으로 움직이는 영역도 적지 않다. 정파적 권력 다툼으로 국민을 동강 내는 정치, 미중의 세력 다툼 속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남북관계의 실마리조차 풀지 못하는 외교 등 상승하는 국력에 부응하지 못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가의 본질적 부분들이 그것이다. 이들이 국운 상승 절호의 기회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훼방꾼 역할을 하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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