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의 한 주유소에 휘발류 가격이 게시돼 있다. 미국은 휘발유 가격이 전년 대비 60% 이상 상승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마이애미 비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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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국제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 일본, 인도, 중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들에게 각자 비축하고 있는 석유를 함께 방출하자고 제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이 조율된 방식으로 비축유를 방출함으로써 원유 가격 상승 및 경제 회복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국내 휘발유 값이 7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해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비축유 공동 방출 요구에 미국의 주요 동맹국 및 우방국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몇 주 간 바이든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이 한국, 일본, 인도를 포함한 핵심 동맹국 및 우방국뿐 아니라 중국에 각국 정부가 비축한 석유를 방출하는 문제를 제안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하면서 에너지 공급 부족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전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면서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경우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0일 워싱턴에서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을 했다. 미국이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면 이 자리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은 전국의 9개 석유비축기지에 한국의 약 97일치 순수입량에 해당하는 약 97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국제 원유 가격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가 급속하게 회복되면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이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는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에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고 있지만 생산량을 더 늘리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는 거절했다. 섣불리 증산에 나섰다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석유 생산량이 크게 늘지 않고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보유한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임시처방인 전략비축유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크게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정책 수단만 소진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정부는 이런 우려 때문에 주요 석유 소비국들에게 함께 비축유 방출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은 주요 동맹국 및 우방국에 비축유 공동 방출 제안에 대해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로이터에 “백악관은 수 주 전부터 글로벌 에너지 공급과 가격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위태롭게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과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면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 이상으로 밝힐 내용은 없으며 우리는 행동이 필요할 경우 다양한 수단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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