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건립돼 역사·문화적 가치 높아…세계기상기구 선정 '100년 관측소'
부산 중구 부산기상관측소. [부산관광공사 제공]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6·25전쟁 때 기상청이 피란해 업무를 이어간 부산 중구 부산기상관측소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4일 기상청과 부산시에 따르면 두 기관은 부산기상관측소의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을 문화재청에 신청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부산시는 이달 25일 열리는 시 문화재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올리고 위원회에서 의결이 되면 곧바로 문화재청에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문화재청 심의는 1년가량 걸릴 것으로 부산시 측은 예상했다.
부산기상관측소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면 부산시가 추진하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산기상관측소는 '부산시 지정 기념물'(제51호)이다.
부산 중구 복병산에 자리한 부산기상관측소는 1934년 1월 건립됐다. 당시엔 국립중앙관상대(현 기상청) 부산측후소였다.
6·25전쟁 땐 부산기상관측소가 국립중앙관상대 본부였다.
국립중앙관상대장이 1952년 4월 15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면 당시 부산으로 피란한 국립중앙관상대 직원들은 부산기상관측소에서 '매일 매시 24회 (기상을) 관측'하고 '군 작전기상을 취급'하며 '해운·어업자에게 수시로 폭풍경보를 발표'했다.
관상대장은 "피난민으로 생활고를 참아가면서 풍우를 무릅쓰고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고문 서두에 '한 방송사가 3월 초순부터 발표한 간단한 일기예보 정확성에 대한 비난이 자자한데 미군으로부터 자료를 얻어 방송하는 것으로 중앙관상대가 발표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라고 기고문을 쓴 까닭을 밝혔다.
예나 지금이나 기상예보에 대한 불만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부산기상관측소는 문화재로서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다.
1930년대(왼쪽)와 현재(오른쪽) 부산기상관측소. [기상청 제공] |
일단 건물 자체가 당시의 표현주의 양식을 잘 보여준다.
더구나 1934년 건립됐을 때 모습을 지금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애초 기상관측소로 지어져 현재도 관측소로 사용된다는 점이 특히 의미가 깊다.
부산기상관측소는 2017년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해 '100년 관측소'(Centennial Observing Station)로 선정됐다.
100년 관측소가 되려면 설립된 지 최소 100년이 지나고 그간 운영이 중단된 기간이 전체의 10%를 넘어선 안 되며 모든 관측자료와 그 메타데이터가 디지털로 저장됐거나 복원될 예정이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세계 1만3천여 개 기상관측소 가운데 100년 관측소는 234개에 그친다.
부산기상관측소는 현재의 자리로 오기 전 1904년부터 중구 보수동에 있던 시기까지 포함해 100년 관측소로 선정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다른 100년 관측소인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는 2014년 '국가등록문화재'에 올랐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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