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 땐 무력충돌 비화 우려
러, 전략폭격기 2대 벨라루스에 급파
동맹국 지원… 크레믈궁 “제재 용납 못해”
나토, 비공개 회의서 폴란드 지원 논의
에스토니아 국방 “국경 전면전 가능성”
英 국방 “나토 개입 후폭풍 우려 반대”
EU, 개인·단체 30곳 내주 추가 제재
이주민들 추위 피해 모닥불 폴란드가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닫아 걸면서 사흘째 발이 묶인 이주민들이 1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그로드노 지역의 숲 속에서 추위를 피해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폴란드와 유럽연합(EU) 등은 벨라루스가 EU 경제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동 출신 이주민들을 보내고 있다고 의심한다. 그로드노=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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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을 둘러싼 벨라루스와 폴란드·유럽연합(EU) 간 갈등에 러시아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세할 조짐이다. 러시아와 나토가 개입할 경우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Tu(투폴레프)-22M3 2대가 벨라루스에 급파돼 벨라루스 영공을 초계비행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Tu-22M3 2대가 비행하는 동안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지상군 지휘소들과의 상호 운용성을 연습하고 양국의 방공체계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전략폭격기엔 극초음속 미사일과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코너에 몰린 벨라루스에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취한 이례적 조치로 해석된다. 소련의 일원인 벨라루스는 러시아 동맹국이다. 러시아가 이끄는 소련권 6개국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이기도 하다. 올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양국을 통합한 ‘연합국가’ 창설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이에 그치지 않고 벨라루스 편에 서서 EU에 대한 비난을 이어 갔다. 크레믈궁(대통령 집무실)은 “EU는 국경 일부를 폐쇄해 벨라루스를 옥죄려 한다”며 “EU가 이번 위기에 대해 벨라루스를 제재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EU와 미국의 비우호적 행위에 공동으로 접근하기로 했다”며 “책임 있는 유럽인들이 상당히 위험한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나토도 회원국 폴란드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설 전망이다. 나토는 폴란드와 비공개 회의를 갖고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 차단에 길게 늘어선 화물차들 폴란드가 쿠즈니차 국경을 차단한 여파로 동부 포푸프카에 화물차량이 길게 늘어선 모습. 트럭 운전사들은 벨라루스로 들어가려면 약 42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포푸프카=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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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내부에선 벨라루스와의 이번 갈등이 폭력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칼레 라네트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이날 발트해 연례 국방회의 기자회견에서 “확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걱정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라네트 장관은 발언에 신중을 기했지만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지대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라네트 장관은 그와 관련한 폴리티코 질의에 “물론 (전면전) 위험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는 모른다. 이 상황을 매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답했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장관은 나토 개입 후폭풍을 경고하며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히피 장관은 “국경을 지키고 강화하는 건 EU의 과제”라며 “이 위기가 나토의 문제가 된다면 우리는 매우 위험한 지역에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태의 중심인 벨라루스와 폴란드의 지정학적 위치가 위기를 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벨라루스는 러시아 동맹의 서부 최전선, 폴란드는 나토의 동부 최전선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다.
EU는 다음 주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블라디미르 마케이 외무장관, 국영 항공사 등 개인과 단체 30곳이 포함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인신매매를 조장하는 항공사들을 제재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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