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 코인들은 상장가액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코인 발행사가 해당 암호화폐를 통해 메타버스(가상 세계)에서 BTS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식의 거짓 정보로 불법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정작 BTS 소속사 하이브(352820)는 실태 파악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일러스트=이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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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암호화폐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콩 셩완에 주소지를 둔 B사는 지난해 8월 31일 ABTS 코인을 필리핀 거래소 ‘모네티움(Monetium)’에 상장했다. B사는 ABTS 외에도 ‘ARMY$’ 코인을 발행해 유통 중이다. 이 코인은 ABTS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8월 10일 홍콩에 본사를 둔 IDCM아시아 거래소에 상장했다.
B사가 발행해 현재까지 유통 중인 코인들은 상장 당시와 비교해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ABTS의 경우 상장 당시 액면가액이 2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 10월 20일 장 중 한때 38달러까지 올랐다. 현재는 26~27달러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ARMY$ 역시 상장가액이 5달러에 그쳤으나, 지난달 가격이 38달러까지 상승했다. 현재 가격은 26.8달러 수준이다.
이들 코인이 하루에 최대 17만개 이상 거래되며 주목받은 이유는 발행사인 B사가 직접 나서 BTS와의 연관성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B사는 ABTS 코인 백서(화이트페이퍼)에서 “ABTS 코인을 통해 BTS의 콘텐츠를 연계하고, 발생하는 수익으로 BTS를 위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B사는 또 “(코인을 활용해) 세계적인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섭외해, 기존 BTS 곡들을 편집한 새로운 히트곡을 재탄생시킬 수 있다”고 광고했다.
더 나아가 B사는 ARMY$ 코인을 “메타버스 공간인 ‘아미월드(ARMY World)’안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아미월드는 B사가 구축하겠다고 밝힌 BTS 팬덤용 ‘생태계’다. 이 메타버스 안에서 팬들이 NFT(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를 부여 받아 ‘시민권’으로 활용하며, BTS의 음원과 영상 자료 등이 전시된 박물관을 견학하고 BTS의 무료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B사가 발행한 ABTS코인은 9일 현재도 계속 거래되고 있다. /필리핀 거래소 모네티움(Moneti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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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가 발행한 ARMY$가 9일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홍콩 IDCM아시아 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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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는 사명까지 변경하며 주도면밀하게 BTS 팬덤 사칭 코인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회사명은 BTS와 전혀 관계 없는 이름이었지만, 지난 2019년 말 BTS가 포함된 사명으로 바뀌었다.
B사 일부 경영진의 이력도 날조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진 중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L씨는 국내 주요 증권사 및 대기업 계열사에서 투자은행(IB)팀장 등을 역임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확인 결과 이 같은 내용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코인들은 BTS의 팬들이나 BTS의 이름값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을 거짓 정보로 현혹해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앞서 지난달 28일 BTS 소속사 하이브는 싱가포르 거래소 ‘비트겟’에 상장한 ‘ARMY’ 코인에 대해 “당사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는데, 이 같은 입장이 나오자마자 코인 가격이 약 8분의1 수준으로 급락한 바 있다. ABTS와 ARMY$ 역시 상장한 이후 가격이 급등락해왔는데, 향후 하이브 측의 대응이나 입장 표명에 따라 ‘휴지 조각’이 될 위험이 있다.
하이브 측은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다. 하이브 관계자는 지난 3일 조선비즈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달받았음에도 “전해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하는 데 그쳤다가 뒤늦게 “당사와 아티스트의 IP를 이용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암호화폐 사업은 당사의 허락없이 무관하게 이뤄지는 불법 행위”라며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는 답은 없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BTS 팬덤 사칭 코인의 유통이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조정희 법무법인디코드 대표변호사는 “아미와 관련이 없는데도 관련 있는 것처럼 속여 코인을 발행해 거래하게 한다면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외국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라고 하더라도 속인주의(국적을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가 적용돼, 발행자 가운데 한국인이 있으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우정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은 “아미에 대한 상표권은 하이브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인 이름을 아미코인으로 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 행위로 간주된다”며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코인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BTS 사진 등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면, 이에 대한 저작권 침해 주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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