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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저주… 영국 무역손실, 이득의 178배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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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로 향후 15년 동안 입게 될 무역 손실이 그로 인한 이득의 178배에 달할 것이라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올 초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공식 탈퇴한 뒤 만 10개월여 만에 나온 사실상 첫 정부 보고서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51.9% 찬성으로 EU 탈퇴를 결정했고, 지난해 12월 EU와 영국 간 최종 합의가 이뤄져 올해 1월 1일부로 EU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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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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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 산하 예산책임청(OBR)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무역이 앞으로 15년간 입을 손실을 국민 1인당 1250파운드(약 200만원)로 추정했다. 이로써 영국의 잠재 국내총생산(GDP)이 4% 줄어든다고 했다. 지난 2018년 영국 경제 분석 기관들이 내놓은 손실 예상치(2~2.5%)보다 1.5~2%포인트 더 커진 것이다. OBR은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에 생기는 비용과 사라지는 이득을 모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U는 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27국 4억4700만명 규모의 세계 2위 시장이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무역 손실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OBR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이후 개별적으로 맺은 FTA(자유무역협정)의 효과가 15년간 국민 1인당 3~7파운드(4800~1만1200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리스 존슨 내각은 지난해 브렉시트 준비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과 집중적으로 FTA를 맺고, “이 국가들과의 FTA로 얻는 경제적 효과가 EU 탈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상쇄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가장 희망적 수치(15년간 7파운드)를 놓고 봐도 EU 탈퇴로 인한 무역 손실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면서 “브렉시트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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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의 영향


경제적 손실을 가장 크게 입는 부문은 중소기업이었다. 영국의 정책분석기관인 몽테뉴 인스티튜트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많은 영국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브렉시트 이후 각종 수출입 규제와 비관세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EU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던 수요·공급망에 큰 혼란이 왔고, 이로 인해 시간과 비용이 급증하면서 수출을 포기한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EU 이외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OBR 분석에 따르면 영국이 따로 맺은 FTA의 조건이 이 국가들이 EU와 맺은 FTA보다 오히려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디펜던트는 “영연방 국가인 호주·뉴질랜드와 맺은 FTA는 (조건이 더 나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영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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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영국 수도 런던의 한 주유소에 기름이 동나 영업장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귀국하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지난 9월 말 트럭 운전사 구인난이 이어지며 전국에서 주유 대란이 벌어졌고 군을 동원해 원유 수송 트럭 운전에 투입하면서 사태가 일단락 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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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노동당은 보고서 내용을 놓고 집권 여당인 보수당과 존슨 총리를 맹비난했다. 노동당은 “보수당이 5년 전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치적 이득을 택한 대가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존슨 총리가 영국의 미래를 놓고 벌인 도박이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존슨 내각은 이에 대해 “보고서에 나온 데이터 대부분이 지난여름 것들이라 지금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실제 브렉시트로 인한 무역 타격은 2019년 대비 15% 감소한 수준이며, 이는 당초 정부 예상과 일치한다”고 했다.

무역을 넘어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게 될 진짜 영향에 대한 평가는 이제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앙투안 오렐리엥 장모네-생에티엔대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브렉시트의 영향을 가리면서, 팬데믹의 영향과 브렉시트의 영향을 구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면서 “하지만 영국 내 노동력 부족과 일시적 생필품 부족 현상만 보더라도 브렉시트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몽테뉴 인스티튜트도 “영국인들이 코로나로 인한 여행과 이주 제한으로 브렉시트 영향을 제대로 체감 못 하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삶이 재개돼 해외여행과 취업, 유학 과정에서 달라진 현실을 마주하면, 정부와 정치권은 브렉시트가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국민에게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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