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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4개월을 앞두고 역대 정권에서 어김없이 불거졌던 당정 충돌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혔다. 여당 대선 후보와 국무총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립한 데 이어 총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면서 대장동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한 포석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집권 여당 후보들은 임기말 레임덕에 직면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차별화하는 것이 공식이었다. 다만 40% 안팎인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때문에 선대위 출범 이후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1호 공약으로 '성장 회복'을 제시하면서 '이재명 정부' 7번, '대전환' 5번을 언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하면서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현 정부의 최대 실정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분배 우선 정책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성장에 방점을 찍으면서 차별화를 공식 선언한 셈이다.
이 후보는 3일 국회에서 주재한 첫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국민 위로와 소비 진착 차원에서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여당 지도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지급)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매일 강조하면서 당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재정 당국의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재원이라는 게 뻔하다"며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총리가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김 총리는 "손실보상금에서 제외된 여행·관광업, 숙박업 등을 어떻게 돕느냐가 제일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는게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대선을 앞두고 돈을 뿌리는 '매표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SNS에서 이 후보의 '100만원 전국민 재난지원금' 제안에 대해 "경기도에서 했듯이 국민 세금으로 표를 얻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 정부와는 시각차가 뚜렷하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국가부채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정상적인 상태"라며 "빚을 막 늘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부채 비율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경선캠프 전략본부장 출신인 민형배 의원은 "재정 여력이 충분한데 왜 이걸 어렵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이걸 '하니 마니' 하는 부분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과 세수와 관련해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하겠다", "재정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 심의가 진행되면 당정 간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당정 갈등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그는 '당내 조율이 없어 불협화음이 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는 "그걸 불협화음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다. 논쟁하고 결정하면 함께 그에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더욱이 재난지원금 지급은 여당 대선 후보의 사실상 대표 공약이어서 정부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당정관계의 무게추는 미래권력으로 쏠리게 된다.
[윤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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