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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역사적 재평가" 노태우 추모 발길 이틀째…"생전 반성 없었다" 경계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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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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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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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지 이틀째인 28일에도 정·재계 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와 장남 재국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등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이날 오후 1시53분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아들 재국씨가 이씨의 손을 잡고 동행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씨와 아들 노재헌씨가 빈소에서 이씨를 맞이했다. 남편인 전두환씨는 빈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건강 문제로 직접 조문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조문 뒤 빈소를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유족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나’ 등을 물었지만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묵묵히 장례식장을 빠져 나갔다. 임재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이 ‘상주인 노 변호사 대신 나왔다’며 취재진에게 이씨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임 전 수석은 “이순자 여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도 건강이 좋지 못해 함께 못왔다며 죄송하다고 말씀하셨다”며 “영부인(김옥숙씨)과 오랫동안 같이 여러 가지 일을 하셨기 때문에 옛날 얘기 하시고 건강 얘기를 나누셨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이날도 정치권 인사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전 9시쯤 빈소가 열리자마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빈소를 찾았다. 반 전 총장은 “(당시엔) 아무도 생각 못했던 동구권과 북방외교를 하고 중국과도 1991년 수교함으로써 40개국 이상의 외교 관계를 임기 중 확충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외교적 업적을 평가했다.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는 “(YS와의) 3당 합당 결단으로 무혈혁명과 같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정치발전을 하고 민주화로 이행할 수 있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선 “오늘은 문상을 왔으니까”라며 “과거 군부의 ‘과’야 다 아실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과거 YS 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로 구속된 바 있다. 김씨는 “(아들인)노 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5·18 묘역을 자주 방문하고 사죄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참으로 보기 좋았다”며 “작금의 대립과 대결의 정치 구도에도 경종과 울림이 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실장은 “소위 권위주의 정부에서 민주정부로 이양할 때 과도기적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수행하셨고,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등 남북관계, 소련·중국과의 외교수립, 88올림픽을 훌륭하게 했고, 지금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인천공항, 고속철도 등 아주 많은 업적이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입장을 표명했는지 묻자 “오늘은 조문하는 걸로…”라며 말끝을 흐렸다.

노태우 정부 시절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일부터 이날까지 3일 연속 빈소를 방문했다. 박 전 장관은 “보통사람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5일장 내내 빈소를 찾을 것”이라며 “고인의 역사적 재평가를 앞두고 추모의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윤여준 전 장관도 이날 빈소에 왔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국민의힘 김정재·이채익·태영호 의원도 추모의 발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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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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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밖에서는 추모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정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니까 적극적으로 반대는 하지 않겠지만 우리 광주는 국가장 기간 동안 국기를 조기게양을 한다든지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 이런 건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고인은 5·18 광주학살의 주역이었으며, 발포 명령 등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생전에 진정어린 반성과 사죄, 진상규명에 어떠한 협조도 없이 눈을 감았다”며 “국가지도자들의 역사적 책임은 생사를 초월해서 영원한 것이며, 역사는 올바르게 기억되고 기록될 때 강한 힘을 갖는다”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정의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 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단죄된 중범죄자이며, 시민을 살해하고 국가를 전복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뒤 “전두환 씨와 비교하면서 그는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빈소는 30일 오전까지 운영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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