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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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법재판소(ECJ)가 폴란드에게 매일 100만 유로(약 13억6000만원)씩 유럽집행위원회에 지급하라는 내용의 벌금 명령을 내렸다고 2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ECJ의 판결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벌금으로 역대 최대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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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맞서다 '역대 최대 벌금' 맞은 폴란드
앞서 폴란드 집권 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은 지난해 1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국가사법평의회를 만들었다. 평의회 소속 위원들은 폴란드 판사들의 판결을 검토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판사를 소환·조사해 벌금형을 내리거나 해임할 수 있다. 사실상 여당이 판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사법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ECJ는 지난 7월 폴란드 정부에 국가사법평의회 기능을 중단하라고 임시 조치 명령을 내리고 한달의 말미를 줬지만, 폴란드는 “내정간섭”이라며 이를 무시해왔다. 이번 벌금형은 ECJ의 임시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조처로, 폴란드 정부가 ECJ의 명령을 이행하거나 이와 관련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벌금을 계속 납부해야 한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지난 7월 "법관관련 조항에서 폴란드 국내법이 EU 조항에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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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J는 판결을 내리면서 “EU의 법적 질서와 EU가 기반을 두고 있는 가치들, 특히 법치의 가치에 심각하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막기 위해 7월 명령한 임시조치를 (폴란드 정부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EU는 EU 조약 등이 개별 회원국의 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ECJ도 판례를 통해 EU가 ‘법의 지배에 기초한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지난 7일 “법관 관련 조항에 있어서 폴란드 국내법이 EU 조항에 우선한다”며 EU와 정면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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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 지원금 차단 가능성 내비쳐
EU는 벌금형 외에도 폴란드에 전방위 압박을 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폴란드 헌법재판소 결정은 EU의 법질서 통합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어 “ECJ에 폴란드 정부를 제소하거나, 폴란드에 대한 EU 기금 지원을 보류할 수 있다. 최후 수단으로 리스본조약 7조를 발동할 수 있다”고 폴란드에 대한 제재 방법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리스본조약 7조는 EU의 근본 가치를 거스르는 회원국에 대해 투표권 박탈 등 권리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우루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진행위원장이 지난 19일 "폴란드가 EU의 법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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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EU는 공동 조성한 코로나 경제회복 기금 7500억 유로(약 1000조원) 가운데 폴란드 몫으로 할당된 360억 유로(약 49조원)의 기금 승인을 미루고 있다. 일부 EU 회원국은 폴란드에 대한 EU 보조금 지급을 차단할 조치를 마련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EU 집행위는 경제적으로 뒤처진 동유럽 회원국에 매년 보조금을 지급하며 EU를 지탱하고 있는데, 폴란드는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180억 유로(약 24조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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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권한남용" 비판…"폴렉시트는 없다"
이날 ECJ의 벌금형에 대해 세바스티안 칼레타 폴란드 법무부 차관은 “EU가 폴란드 헌법과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판결은 EU의 권한남용이자, 회원국에 대한 협박”이라고 글을 올렸다. 표트르 뮬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 역시 트위터에 “폴란드를 향한 온갖 처벌과 협박은 적절치 못하다”고 썼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올 연말까지 평의회를 해산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폴란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앞에 '폴렉시트 반대'라고 쓰인 팻발을 가져다놨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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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폴란드와 EU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폴렉시트(폴란드+EU 탈퇴)’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폴렉시트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폴란드 국민 88%가 EU에 남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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