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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 합참의장, 중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에 “스푸트니크 순간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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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밀리 의장 “중대한 사건…매우 우려”

1957년 소련 인공위성에 빗대 위기감 나타내

미·중·러·북 등 극초음속 무기 경쟁 가열

미 방산업체 대표 “미, 중국에 몇년 뒤처져”


한겨레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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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합참의장이 중국의 지난 여름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스푸트니크 순간’에 가깝다며 큰 위기감을 드러냈다. 미 군 수뇌부가 중국의 시험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면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미-중 군비 경쟁의 그늘 또한 짙어지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텔레비전>에 출연해 중국의 시험에 대해 “우리가 본 것은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 시험이라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그게 바로 ‘스푸트니크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매우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시험이) 우리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며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순간’ 또는 ‘스푸트니크 충격’은 냉전 시절인 1957년 10월4일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해 미국이 경악한 일을 일컫는다. 이는 미-소 우주 경쟁에 기름을 부었고, 미국은 1969년 세계 최초로 달 착륙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 발사에 성공했다.

밀리 합참의장의 발언은 대만을 둘러싼 갈등 등 미-중 전략 경쟁이 군사적 충돌 우려까지 키우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이 지난 7월과 8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지난 16일과 21일 잇따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8월 시험에서 중국 미사일이 목표지점을 약 32㎞ 빗나가 떨어졌지만, 기술적 진전에 미 정보기관이 놀랐다고 전했다.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 속도로 저고도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탐지와 요격이 어려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신무기로 꼽힌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경로 예상이 어렵기에 예컨대 남극으로부터의 깜짝 공격도 가능해, 주로 중국·북한의 공격을 상정해 태평양 방향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감시망을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시험이 곧바로 미국에 포착됐을 텐데도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미 당국이 침묵한 사실 자체가 얼마나 놀랐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같은 상호 위기감은 이미 수십년간 진행돼온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극초음속 무기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밀리 합참의장은 <블룸버그 텔레비전>에서 “미국도 극초음속,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광범위한 기술들을 시험·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가 하고 있는 시험의 구체적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분명히 초음속 능력 개발을 향해 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방산업체 레이시온의 그레그 헤이저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초음속 기술 개발에서 중국에 최소 몇 년은 뒤처져있다고 전날 말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중국의 시험 보도 닷새 뒤인 21일 알래스카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으나 부스터 로켓 이상으로 실패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2019년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마하10 속도를 낼 수 있는 둥펑(DF)-17 미사일을 공개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와 관련해서는 “우주 공간의 평화적 사용을 위한 정기적인 우주선 시험”이라고 부인했다. 러시아는 2019년 12월 극초음속 미사일 아반가르드를 실전배치한 데 이어 지난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도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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