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상주로는 고인의 딸 노소영(60)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아들 노재헌(56) 변호사, 사위 최태원(61) SK그룹 회장과 아내 김옥숙(86) 여사가 이름을 올렸으나, 이 가운데 자녀 두 사람이 담담한 표정으로 종일 빈소를 지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사진은 빈소로 향하는 최 회장(왼쪽)과 빈소의 노 관장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국 출장 중 이날 급히 귀국해 이날 낮 빈소에 도착한 노 변호사는 취재진 앞에 직접 나서서 아버지의 유언을 대신 전했다. 그는 고인의 생전 유지(遺旨)에 대해 “국가에 대해 생각과 책임이 많았기 때문에 잘하셨던 일, 못하셨던 일 다 본인의 무한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며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이나, 그 이후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에 대해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랐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또 “(아버지는)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 ‘앞의 세대는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평소에 하셨다”고 전했다. 노 변호사는 이런 유언에 대해 “돌아가시기 전에 육성으로 남기시진 못했지만, 평소 하셨던 말씀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라며 “10년 넘게 누워계시고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상태에 있다 보니 직접 말씀을 표현하시지 못한 게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 광주 5·18 유족 대표가 조문을 마친 뒤, 서로 악수를 하고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날 “만약 전두환씨가 돌아가셨다면 오지 않았을 테지만, 노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광주 학살 만행에 대해 수차례 책임을 통감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들을 해왔다”고 조문 이유를 밝혔다.
앞서 노 변호사는 2019년 8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를 시작으로 5·18 유족들을 향해 여러 차례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같은 해 12월엔 광주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병석에 계신 아버님을 대신해 찾아왔다. 광주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되길 바란다”고 사죄했고, 지난해 5월에도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는 더불어민주당이 노 변호사 영입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양측이 부인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노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검은색 옷차림에 흰 마스크를 쓰고 상주석에 자리했다. 노 관장은 오전 10시 28분엔 이혼 소송 중인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조우했다. 검은 마스크에 굳은 표정으로 빈소를 들어선 최 회장은 영정 사진 앞에서 5초 정도 묵례를 한 뒤 절을 했고, 노 관장은 이 모습을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최 회장은 이어 노 관장 및 자녀들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빈소 한편에 마련된 식당에서 노재봉 전 국무총리 등과 인사를 나누며 10여분 간 머물렀다. 최 회장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며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 아무쪼록 영면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이날 빈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유족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여사께선 건강이 좋지 않아 빈소에는 내일쯤 오실 듯하다”며 “지난 8월 찾아뵈었는데, 원래 건강하던 모습과 달리 상당히 건강이 좋지 않았다. 마음고생, 몸 고생 하셔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