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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위안부 첫 증언’ 김학순 할머니 ‘24년 만의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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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일본 역사적 책임 재조명

[경향신문]

경향신문

뉴욕타임스(NYT)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김학순 할머니의 부고 기사(사진)를 실었다. 김 할머니가 1997년 12월 폐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지 24년 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재조명한 것이다.

NYT는 25일(현지시간) 부고면의 ‘간과된 인물들’ 시리즈에서 ‘위안부의 침묵을 깨뜨린 김학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 할머니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간과된 인물들’은 그동안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인물의 삶을 늦게나마 재조명하자는 취지의 코너다. NYT는 이 코너에서 2018년 3월 유관순 열사를 추모한 바 있다.

NYT는 “1991년 8월14일 허름한 집에서 홀로 살던 한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름이 김학순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겨우 17세이던 자신이 중국의 이른바 위안소로 끌려갔고, 매일 여러 일본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소름 끼치게 자세한 증언을 내놨다”는 문장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NYT는 성폭력 피해자라면 수치심에 침묵을 지키는 게 일반적이던 당시 한국 문화에서 김 할머니의 용기는 세계 각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추가 증언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라던 김 할머니의 증언을 전하면서 “그의 강력한 설명은 일본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수십년간 부인해오던 역사에 생생한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1998년 보고서에서 일본군 위안소 운영을 반인류 범죄로 규정한 게이 맥두걸 전 유엔 특별보고관이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내가 보고서에 쓴 어떤 것도 김 할머니의 30년 전 직접 증언이 미친 영향력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말한 대목도 실었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김 할머니는 20세기의 가장 용감한 인물 중 하나”라며 역사학자들은 김 할머니의 기자회견 덕분에 위안부 문제에 관한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NYT는 2018년 한국이 김 할머니가 처음 회견한 8월14일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로 정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1930년대부터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여성 20만명을 일본군이 운영하는 ‘강간센터(위안소)’로 강제로 보내거나 유인했고, 이는 국가가 후원하는 성노예의 역사상 가장 큰 사례 중 하나였다”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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