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고발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생애를 조명하는 부고 기사를 별세 24년 만에 실었다. 뉴욕타임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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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고발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를 부고 기사로 재조명했다. 김 할머니의 생애와 증언을 충실히 담아내고자 신문 부고면을 절반 이상 할애했다. 김 할머니는 24년 전인 1997년 12월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NYT는 25일(현지시간)자에서 ‘간과된 인물들’ 시리즈의 일환으로 김 할머니를 소개했다. 1851년 이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던 중요 인물들을 부고 기사 형식을 빌려 늦게나마 다시 돌아보는 취지의 기획물이다. 2018년 3월에는 유관순 열사가 다뤄지기도 했다.
이날 기사는 1991년 8월 14일 김 할머니가 첫 기자회견을 하던 장면에서 시작됐다. NYT는 “그의 강렬한 증언은 일본의 많은 정치 지도자가 수십 년간 부인해 오던 역사에 생생한 힘을 실었다”고 평가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들이 수치심 때문에 침묵을 지켜야 했던 당시 한국 사회에서 용기를 낸 김 할머니의 덕분에 전 세계 위안부 피해자들의 추가 증언이 이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1998년 보고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운영을 반(反)인류 범죄로 규정한 게이 맥두걸 전 유엔특별보좌관은 “내가 보고서에 쓴 어떤 것도 김 할머니의 30년 전 직접 증언이 미친 영향력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도 “김 할머니는 20세기 가장 용감한 인물 중 하나”라며 “위안부 연구는 그의 1991년 기자회견 덕분에 본격화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NYT는 2018년 한국이 김 할머니가 처음으로 진실을 폭로한 8월 14일을 ‘위안부 기림의 날’로 정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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