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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요즘 테슬라는 아이폰 출시 직전 애플”…직원들 “세상 바꾼다”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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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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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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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테슬라는 마치 애플이 2004년 아이팟을 성공시키고, 아이폰을 막 내놓기 전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때 같아요. 뭔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내부 분위기죠.”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한 빅테크 직원은 테슬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다시 무섭게 오르는 테슬라 주가만큼 직원들의 사기와 자신감도 하늘을 찌른다는 것이다.

올 1월 1주당 주가가 88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5월 50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며 수많은 ‘서학개미’들을 눈물 짓게 한 테슬라가 다시 역대급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렌터카 업체 허츠가 테슬라 전기차 10만대를 한번에 주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테슬라 주가가 폭등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2.66% 오른 1024.86로 마감했다. 역대 최고치다. 시가 총액도 처음으로 1조달러(1200조원)를 넘어서며 페이스북(시가총액 9267.23억달러)을 제쳤다. 지난 주 1주당 가격이 900달러에 육박하며 내년 초쯤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이를 달성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에서는 테슬라의 주가 상승이 근거가 있다고 본다. 단기적 상승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테슬라는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적인 생산량을 보이고 있고, 생산단가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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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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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궤도에 오른 테슬라

테슬라 직원들의 자신감은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올 3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3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57% 증가한 137억6000만달러(16조1700억원),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배 늘어난 16억2000만달러(1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안정적인 생산과 차량 인도량 덕분이다. 3분기 테슬라는 분기 기준 역대 최다인 24만1300대의 전기차를 고객에게 인도했다.

테슬라는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소프트웨어 파워로 극복했다. 기존에 받아 쓰던 반도체가 부족해지자 대체 칩을 공급받고, 이 칩이 테슬라 차량에 제대로 작동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수정해 적용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의 부품 공급망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보다 수직적으로 잘 통합돼 있다”며 “반도체 공급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테슬라의 마진율도 상승하고 있다. 테슬라 차량 판매 가격에서 제조 원가를 뺀 마진율은 올 3분기 30.5%로 1년 전보다 2.8%포인트 증가했다. 1억짜리 차 1대를 팔면 3000만원을 남겼다는 뜻이다. 그동안은 막대한 생산시설 투자비 등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손해를 봤지만, 이제 생산이 안정되며 본격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테슬라 차량 10만대를 주문한 렌터카 업체 허츠의 마크 필즈 임시 CEO는 “테슬라는 전기차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제조업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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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있는 테슬라 본사.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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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트럭은 사전 주문만 150만대

테슬라 직원들은 현재보다 미래를 더 밝게 본다. 현재도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 테슬라가 개발 중인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은 사전 예약대수만 150만대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현재 테슬라가 분기 당 25만대의 차량을 인도하는 것을 감안하면 1년 반치의 판매물량이 확보돼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을 확대하고, 독일 베를린 인근 기가팩토리와 미 텍사스 주 공장을 가동해 본격적인 물량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30년에 테슬라의 연간 생산대수가 20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도요타와 폴크스바겐의 연간 생산량의 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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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사이버트럭. /테슬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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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 하락을 점치며 풋옵션(특정 주식이 일정 시점에 가격이 하락하는 조건에 베팅해 수익을 노리는 투자)을 했던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테슬라 주가가 지속 상승하자 “더는 공매도를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패배 선언을 한 것도 테슬라 내부 사기를 높였다. 실리콘밸리 한 엔지니어는 “말 한마디에 주식 시장이 출렁이는 마이클 버리도 테슬라의 상승세를 막진 못했다”며 “테슬라가 쉽게 죽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도 나섰다. 미 캘리포니아 주에 이어 텍사스 주에서도 최근 자동차 보험 사업을 시작했다. 운전자의 실시간 운전 데이터와 이를 통해 산출한 자체 ‘안전점수’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한다. 완전 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를 월 정액으로 구독하는 사업 모델도 내놨다. 테슬라 운전자가 FSD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원할 경우 1만달러를 선불로 내거나 월 199달러 정액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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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지난 9월 내놓은 전기 픽업트럭 R1T. /리비안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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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의 등장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 월스트리트는 테슬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테슬라 매출이 2025년까지 연평균 8.93%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의 대니얼 아이브스 연구원은 테슬라 목표 주가를 기존 1300달러에서 1500달러로 올렸다.

하지만 테크 업계에서는 전기차 업체 루시드모터스와 리비안 등 도전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테슬라 사업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루시드모터스는 미국 환경보호청으로부터 전기차 중 최장 거리인 520마일(약 837㎞) 주행거리 인증을 받은 ‘루시드 에어 드림 에디션 레인지’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7000대를 생산하고, 향후 연간 3만4000대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다.

리비안도 지난달 첫 전기 픽업트럭 R1T를 출시했다. 완충 시 주행거리는 505㎞다. 리비안에 선주문된 차량은 15만대에 이른다. 이런 상황 속 테슬라의 전망을 흐리게 보는 곳도 있다. 미 투자회사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여전히 300달러로 보고 있다. 1년 뒤 테슬라 주가가 지금보다 70% 폭락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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