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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탄소중립 위해 고통 분담과 지속적 투자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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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2050-한겨레경제사회연 공동기획

‘참성장 시대를 열자’ -탄소중립 토론회-

“목표 달성 위해선 ‘공정한 분담’ 이뤄져야

중앙집권형 에너지 구조에서 탈피하고

생활양식·경제 모델도 완전히 바꿔야”

“전기요금 상승과 탄소세 신설 불가피

중소기업과 종사자 전환 지원도 중요”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인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의 총합을 0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산업혁명 이전 시기보다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해야 다음 세대도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분석에 기반을 두고 정해진 목표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각국은 대체로 2035년(핀란드)~2060년(중국)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지난 18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40%를 감축(2018년 기준)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했다. 마침 이날 민간 싱크탱크 ‘랩( LAB )2050’이 ‘탄소중립 시대의 경제 전환’을 주제로 ‘참성장포럼’의 두번째 세션을 진행한 뒤 정리한 기고를 보내와 싣는다. 참성장포럼은 새로운 경제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랩2050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등이 함께 마련하는 자리다. 포럼 전체 영상은 랩2050 유튜브채널(youtube.com/LAB2050TV)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한겨레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참성장포럼’에서 이원재 랩2050 대표(왼쪽부터), 박숙현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 소장, 오형나 경희대 교수,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이태동 연세대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랩2050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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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는 박숙현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 소장, 오형나 경희대 교수(국제학),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이태동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가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탄소중립은 정권을 넘어선 시대적 과제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소멸, 지역 간 격차 등의 고통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그럼에도 재정지출 확대와 적절한 산업정책, 사회보장 강화를 통해 지나치게 고통을 짊어지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하며 탄소중립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린뉴딜’을 처음 언급한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처럼, ‘그린은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다 같이 받아들여야 하며, 그 고통을 분담하는 공정한 과정을 정부가 현명하게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포럼은 18일 오후 2시부터 생태문명을 모색하는 지식공동체인 ‘지구와사람’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유재’에서 이원재 랩2050 대표의 사회로 100분 동안 진행됐다.

박숙현 소장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줄어드는 탄소배출량이 크지 않으며, 풍요와 성장을 추구하는 지금의 생활 양식과 경제 모델이 완전히 바뀌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최근 “기후위기 교육에서 만난 시민들 중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시민의식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형나 교수는 “생산을 줄이고 경제적 풍요를 포기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며, 예컨대 의료의 발전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이 따를 수 있다”면서, 그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오 교수는 기후위기에 앞서 대응한 유럽에서 기술과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통해 탄소 발생을 줄이면서도 경제가 성장하는 이른바 ‘탈동조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그런 기술적 자신감 아래 산업 구조 전환을 기반으로 탄소중립에 다가가자는 ‘그린뉴딜 1.0’(녹색성장)이 부상했으며,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덧붙인 ‘그린뉴딜 2.0’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 구조와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오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없이 경제 성장을 지속한 나라가 없으며,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없이 진보적 개혁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면서 에너지 집약적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얼마나 빨리 저탄소로 전환시켜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라질 고탄소 산업은 주로 지역적으로는 충청권·경상권에 수도권·대도시에 비해 많이 분포하며, 규모상으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탄소중립이 현재 수도권과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고용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종사자의 일자리 문제로 직결된다. 이들 기업과 종사자들이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어진 재생에너지 관련 논의에서 윤태환 대표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도 단기간 내에 화석연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재생에너지 인허가의 3분의 2가 민원으로 취소된다며, 2050년까지 전체 전력의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과거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갈등조정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동 교수는 재생에너지와 정책 거버넌스 문제를 연결하며, “이전의 에너지 정책이나 거버넌스는 대부분 중앙집권형이었다. 원자력발전, 석탄발전 모두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송배전하면 소비자는 그냥 돈 내서 쓰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재생에너지는 공유자원을 바탕으로 소규모로 직접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복잡하고, 다층적이고, 이해관계자도 많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을 추진하는 하와이의 사례로 이를 뒷받침했다. 밤사이 충전된 전기차를 타고 출근하면, 사무실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에 연결해 햇볕이 충분한 시간에 충전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정점에 이르는 오후 1~2시에는 전력 공급에 기여하고, 퇴근하면 저녁 시간에 전력 공급에 기여하면서 밤사이 다시 충전되는 시스템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집과 직장에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충전, 저장, 공급 체계가 갖춰져야 하며, 여기에는 기술자와 연구자, 소비자, 기업, 금융기관, 정책 담당자가 모두 참여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패널 모두 그린뉴딜, 정의로운 전환, 재생에너지 확산 등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특정 계층이 아닌 모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박 소장은 끝으로 “자연스럽게 흘러온 시장 자본주의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구제하는 정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도 우리 사회가 지금 공정을 중요시하는 것을 봐도 “어려움이 있더라도 같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분노가 덜하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의 탄소저감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상당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전기요금 상승 등을 통해 모두가 분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정한 분담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탄소세를 신설하는 등 재원을 마련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다만 충분한 기술 투자가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는 그린수소 등의 기술혁신을 통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이야기다. 오 교수는 “2030년까지의 전환기에는 기술 투자와 정의로운 전환 양쪽 모두를 위해 재정지출이 많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특정 기업이나 계층에 이익이 몰리는 현상을 막아야 생활의 변화도 참아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동현 랩2050 기획팀장 dong.go@lab205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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