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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기름값 잡기엔 한계”
최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물가가 동반 상승하자 정부가 3년 만에 유류세 인하를 검토한다. 사진은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정보.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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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폭은 2018년 11월과 같이 15%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인하 시기는 내년 3~4월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는 물론 등유ㆍ중유ㆍ프로판ㆍ부탄 등 각종 석유 제품에 붙는다. 이 때문에 이를 낮추면 그만큼 지출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공급 병목 현상으로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당분간 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석유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수입 가격인 환율도 오르고(원화가치는 하락) 있다. 세금을 낮춰도 원유 가격이 그 이상으로 오르면 유류세 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내 기름값 상승세를 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1개월 휘발윳값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실제 국제유가가 크게 올렸던 2008년 3월에도 정부는 유류세 낮췄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그해 3월 L당 1670.3원에서 7월 1922.6원까지 오히려 치솟았다. 세전 가격인 국제유가가 너무 올라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해서다. 실제 2008년 3월 당시 두바이유는 배럴당 96.87달러에서 7월 131.3달러까지 급등했다. 휘발유 가격이 안정을 찾은 것은 두바이유가 배럴 당 49.9달러로 급락한 2008년 11월이 돼서였다. 현재 국제유가도 추가 상승을 예측하는 기관이 많다. 특히 북반구에 동절기가 찾아오면 에너지 수요가 크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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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지원 더 마련해야”
유류세 인하가 물가 부담이 큰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효과가 더 집중되는 분석도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이용 비율이 높고, 차량 배기량도 커 유류세 인하 수혜를 더 많이 누린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지방세연구원은 2012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류세를 낮췄던 2008년 3월 직후인 2008년 2분기 휘발유 소비량이 1분위(소득 하위 20%)는 월평균 13.1L, 5분위(소득 상위 20%)는 82.5L였다고 밝혔다. 당시 유류세가 L당 75원 내려서, 월평균 인하 효과는 5분위가 5578원으로 1분위(880원)보다 6.3배 더 많았다.
정부 탄소 중립 정책과도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 석탄ㆍ석유는 물론 LNG 발전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게 불필요한 석유 소비를 더 부추길 수도 있다. 또 여기에 세수 감소도 고민이다. 유류세는 국세 중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및 부가가치세는 물론이고 지방세인 주행세도 감소시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시점에서 유류세 인하는 필요한 조치지만, 국제유가 상승 시기에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특히 유류세 인하 혜택을 덜 받는 저소득층은 별도 재정 지원을 통해 물가 부담을 추가로 더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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