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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산맥의 3대 북벽… 안개 뚫고 거대한 네 모습을 보여줘! [박윤정의 원더풀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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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아이거 북벽에서

3970m… 도전·희망의 상징

곤돌라로 2168m까지 올라

정상 명물 ‘클리프워크’ 아찔

끝자락에 서니 ‘겨울왕국’

레스토랑 컵라면 맛 최고

내려올 땐 곤돌라정거장까지

마운틴카트 타고 씽씽… WOW

세계일보

마터호른, 그랑드조라스와 함께 알프스 3대 북벽인 아이거북벽은 융프라우를 여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아이거(3970m)의 북쪽에 있다. 수많은 등반가들이 사망한 험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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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만나는 알프스는 고운 소녀다. 자그마한 봉우리를 품고 피어나는 야생화들이 햇살에 방긋 웃는다. 알프스는 넓은 초록 융단을 깔고, 노랗고 하얀 꽃들의 이불을 살포시 덮고 있다. 꽃망울들이 흐드러져 있는 풍광은 마치 덜 마른 풍경화가 마지막 덧칠을 기다리는 것 같다. 화폭 하단의 야생화에서 시선을 뒤로하면 거대한 알프스가 배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관광안내 책자와 달력 그림처럼 스위스는 오늘도 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멀리서 바라보면 차마 오를 수 없는 거대한 존재의 산이 뒷걸음치고, 야생화들이 수줍은 인사를 건넨다. 작고 예쁜 꽃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연의 품에 안긴다. 할아버지가 어여쁜 손자를 내려보듯 엄청난 큰 산이 무섭기도 하지만 따스하게 나를 내려다본다. 아름다운 꽃길 따라 근엄한 할아버지 곁으로 조심스레 발자국을 옮겨 본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기차로 35분, 1034m 고지에 있는 그린델발트에 도착한다. 수많은 스위스 관광객들이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기차역을 스쳐 지나간다. 기차역에서 500m만 걸어 나오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만, 기차역에서는 미처 볼 수 없는 풍광을 놓치고 역을 벗어난다. 잠깐이라도 멈추었더라면 그린델발트 마법에 홀려 기차를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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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를 여행하며 어디서나 자주 만날 수 있는 오두막집인 샬레는 스위스 전통가옥이다. 그린델발트에는 샬레 형태 숙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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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다른 목적지를 향하느라 지나쳤던 이곳, 3970m 아이거북벽을 마주할 수 있는 마을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산 아래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동화책 삽화 안으로 들어오니 많은 샬레가 보인다. ‘샬레(Chalet)’는 알프스 기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거형태로, 대표적인 스위스 전통가옥이다. 최근에는 ‘양치기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목조주택을 호텔로 개조하기도 하고,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업소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노래 가사에 어울리는 숙소에서 하루를 경험해 본다.

그린델발트 기차역에서 휘르스트 곤돌라 탑승장까지 약 1㎞ 남짓한 거리가 마을 중심지이다. 자그마한 중심지에서 벗어나면 거리 아래위로 좁은 길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고, 그 주변으로 샬레와 호텔들이 듬성듬성 자리한다. 시야에 가득한 파란 하늘과 초록세상 그리고 샬레, 이곳에서는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알프스 정취가 흠뻑 느껴진다. 그리고 거대한 아이거북벽이 감싼다.

알프스산맥으로 스위스에 위치한 높이 3970m의 아이거북벽은 마터호른산, 그랑드조라스 북벽과 함께 알프스산맥의 3대 북벽으로 등반가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코스라고 한다. 계곡 밑에서 1800m나 솟아 있는 북벽은 누군가에게 도전과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조금은 두렵게 다가오는 이 산이 수많은 등반가들의 발길을 이끈다고 하니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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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를 타고 풍광을 즐기며 휘르스트(2168m)에 오를 수 있다. 그린델발트 높은 곳에서 전망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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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은 엄두조차 낼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을지 관광안내소에서 묻는다. 시내 곤돌라 탑승장에서 최고 높이 2168m로 안내하는 휘르스트를 다녀오란다. 고산병 걱정 없이 다양한 체험 거리가 있다고 덧붙인다. 지금 서 있는 그린델발트처럼 고요하고 따듯한 곳이 아니라 정상은 거친 야생의 장소라는 설명도 더한다. 여름에도 항상 눈이 덮여 있고 바람이 불면 체험을 못할 수도 있다는 주의를 들으며 ‘설마?’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따듯한 옷을 챙겨 들고 설렘과 두려움으로 곤돌라에 오른다.

곤돌라에서는 마냥 즐겁다. 그린델발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놓치기 아쉬워 사진에 담는다. 두 번 갈아타고 마지막 오른 곤돌라에서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더니 시야를 가린다. 계곡은 눈으로 덮여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가 얼어붙는다. 하얗게 물든 세상은 바람 끝에 짙은 회색으로 변한다. 겨울 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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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르스트 정상에 설치한 인공 구조물인 휘르스트 클리프워크는 절벽을 따라 설치되어 있다. 스릴을 느끼며 다가서면 아이거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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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르스트에 내리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이거를 만나기는커녕 정상의 명물인 클리프워크로 찾아가기조차 힘들다. 프로그램은 절벽에 설치된 길, 클리프워크 위를 걸어 끝자락에서 아이거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인데, 안개가 너무 짙어 걸음마저 힘들다. 오르는 사람들을 이곳에서 얼어붙게 만들려는 듯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에워싼다. 다급히 건물 안 레스토랑에 들어선다. 어! 우리나라 컵라면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한 모금 들이켜니 그제야 구름안개 가득한 휘르스트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온기가 온몸에서 전해진다. 이제야 안개 가득한 이곳의 운치를 나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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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m 슈렉펠트 정거장에서 출발한 휘르스트 마운트카트는 30여분을 달려 1570m 보어트 정거장에서 멈춘다. 무동력으로 경사를 따라 내려가며 아이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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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르스트에서 내려올 때는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휘르스트 플라이어와 알프스를 달리는 마운틴카트를 경험하고 싶었지만, 날씨 탓으로 플라이어는 할 수 없단다. 마운틴카트라는 무동력 카트에 몸을 싣고 경사를 탄다. 1955m 높이에서 출발한 카트는 1570m 곤돌라 정거장까지 30여분 동안 알프스 바람에 맞선다. 정상에서 숨어 있던 아이거는 그제야 모습을 천천히 드러낸다.

박윤정 여행가 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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