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규의 國運風水]
서양 휩쓰는 동양의 풍류
요즘은 ‘동풍서점’의 시대
동풍이란 무엇인가? 일찍이 최치원은 “나라에 심오한 도가 있으니 일러 풍류(風流)라 한다”고 하였다. 최치원이 만든 말이 아니다. 단군설화에서 이를 취했다. 환웅이 이 땅에 내려올 때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와 3000여 무리를 이끌고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 나라는 그렇게 시작했다. 바람[風]·비[雨]·구름[雲]은 물질적 의미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상징어다.
최근 서구의 과학철학자들이 펴낸 풍수 학술서 ‘풍수: 학문과 사이비 학문에 관한 강의’에는 풍수의 서구 침입에 대한 공포가 드러난다. 이 학술서에서 저자는 “풍수는 이제 수십억 달러의 국제적 성장 산업이 되어 수백만 명을 감염시키고 있다”고 했다. /김두규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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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일어야 구름이 생기며 구름은 비를 내려 대지를 적시고 만물을 소생시킨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비처럼 끊임없이 흘러가며 신나게 변화하는 역동성과 신명(神明)에서 우리 민족 정신의 핵심을 풍류라 보았다. ‘풍류’ 개념은 ‘금나라를 정복하여 황제국을 세우자’고 했던 묘청에 의해 수용되는데, 그는 자주 황제국을 세울 때 ‘풍백과 우사를 동원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묘청의 이러한 풍류 정신은 20세기 들어 신채호·정인보·안재홍 선생에 의해 계승되며, 21세기에 강단 사학자 윤명철 교수(동국대)나 재야 사학자 김석동 선생(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진다.
고등문화 불교·유교·기독교에 의해 은폐된 풍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삶이었다. 풍류와 우리 민족의 풍수는 무슨 관계인가? 단군설화의 풍백·우사·운사가 그 기원이며, 묘청 자신은 도선국사의 후계자라 하였다. 도선은 한민족 풍수의 중흥조였다.
‘K-컬처’가 서구에서 “Hallyu(한류)”로 각광받기 이전에 이미 풍수는 그 자리를 깔아놓았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킨들’ 사이트에는 1000여 권의 영어 풍수서 목록이 있다. 다른 서구어 풍수서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다. 대부분 학술서가 아닌 실용서다. ‘미네르바의 올빼미(Eule der Minerva: 학문의 신)’가 황혼이 질 무렵 비상하듯, 서구의 학자들도 풍수라는 먹잇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용서만큼 많지는 않으나 드문드문 풍수 학술서가 나온다. 극명하게 논조가 갈린다. 하나는 서구 유럽에 풍수가 수용되는 사실을 다양한 관점(사회학·인류학)에서 접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풍수라는 사이비 과학(pseudoscience)을 철저하게 ‘박멸’해야 한다는 논조다.
이와 관련 최근에 출간된 대표적인 풍수 학술서 둘이 있다. 하나는 2019년 출간된 ‘풍수: 학문과 사이비 학문에 관한 강의(Fengshui: Teaching About Science and Pseudoscience)’이다. 서구 과학철학자들의 집단 편집회의를 거쳐 매슈스(M.R.Matthews)교수가 대표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풍수의 서구 침입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다. “풍수는 이제 수십억달러의 국제적 성장 산업이 되어 수백만명을 감염시키고 있다. 풍수는 기(氣)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론인데 기 자체가 증명할 수 없는 허구이다. 풍수는 과학을 위장한 미신임을 학교에서 교육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금년에 영국에서 마데듀(M. Madeddu) 교수가 출간한 ‘풍수와 도시(Feng Shui and the City)’다. 도시와 건축물의 가치 향상과 의사 결정에 활용되는 풍수에 대한 진지한 사회학적 접근이다. “우주를 바라보는 제3의 대체 방법(alternative ways and methods of viewing the universe)”으로서 풍수를 해석하려 한다.
이제 서구에서 풍수는 동양의 신비한 술수가 아니다.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그렇지만 그 구체적 내용에는 아쉬움이 많다. 우리 민족 고유의 풍수 “풍류도(風流道)”가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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