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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사과' 파문으로 수렁...위기의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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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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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캠프에서 관리하는 윤 전 총장 반려견 ‘토리’ 명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를 건네는 사진이 올라왔다. ‘토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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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늑장 유감 표명 뒤 반려견에게 사과를 내미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것이 22일 알려지면서 사과를 요구해 온 여론을 조롱했다는 ‘사과 희화화’ 파문이 일었다. 문제의 발단이 된 발언부터 이날까지 사흘 동안 역사인식과 공감력, 위기관리 능력 등에서 자책골을 넣으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서도 “상식 초월”(이준석 대표) “후보를 사퇴하라”(홍준표 의원)는 비판이 쇄도해 대선 가도에서도 위기를 맞았다.

윤 전 총장측은 지난 21일 밤 윤 전 총장의 반려견 ‘토리’의 시점으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토리스타그램’에 연녹색 사과를 토리에게 내미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아래에는 “토리는 아빠 닮아서 인도사과 좋아해요”라는 설명을 달았다. 윤 전 총장 명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화분의 나무에 사과를 끈으로 묶은 사진이 사과에 얽힌 유년기 일화와 함께 게시됐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옹호 발언 논란이 커지자 21일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 직후에 조롱조로 해석될 수 있는 SNS 게시물을 올린 셈이다.

윤 전 총장측은 논란이 일자 22일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했다. 캠프는 공식 입장문에서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내렸다”면서 “논란을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반려견 인스타그램 계정은 닫았다.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이 번져나간 후다. 실무진 실수라는 설명에도, 윤 전 총장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의 시작점은 윤 전 총장이 지난 19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를 거론하며 “군사 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만 빼면 정치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 발언이다. 이후에도 정면돌파를 고수하면서 사태가 조기종결되지 못하고 사흘째 장기화했다.

수 차례 반복된 캠프 인사들의 ‘메시지 혼선’이 정리되지 않은 책임도 결국은 캠프 최종 책임자인 윤 전 총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윤 전 총장이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나와 무속 논쟁이 일었을 때 “손가락 위주로 씻어 지워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이 캠프에서 나와 논란이 됐다.

이번에도 초기대응 과정에서 캠프측 인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불씨를 키워놨다.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은 오전 MBC 라디오에서 “공식입장은 본인의 페이스북과 기자회견에서의 유감표명이고 (인스타그램은) 약간의 재미를 가미한 것으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논란이 확산하자 “새벽에 벌어진 일이라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사과했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두환 발언이 마음에 계속 걸리다가 어제 사과하면서 이제는 정리가 되는구나 싶었는데,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저녁 TV토론회에서 “모든 불찰과 책임은 제가 지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이렇게 (조롱으로) 생각할 수 있는 타이밍에 사진이 올라간 것은 전부 제가 챙기지 못한 탓”이라며 “국민들께 사과드린다. 제가 기획자”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해당 사진은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이 있기 전에 캠프 실무진과 사과에 얽힌 유년기 이야기를 게시하기로 조율됐던 것이라며, 사진 촬영 현장에 직접 참석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과 희화화’ 논란으로 전날 유감표명의 의미는 사라졌다. 이번 위기는 윤 전 총장을 복합적인 시험대 위에 올려놨다. 처가를 둘러싼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 지금까지 윤 전 총장 앞에 놓였던 굵직한 난관은 대체로 도덕성의 시험대였다. 이번 위기는 다르다. 메시지·위기 관리능력과 근본적인 역사인식 등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자질을 묻는 시험대다. 5·18 민주화운동과 전씨라는 민감한 주제, 젊은 층에 특히 파급력이 큰 SNS상의 이슈라는 점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윤 전 총장이 어떻게 이를 돌파하는 지가 향후 대선 행보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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