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실수요자 대책 마련 시급
추가 대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기존안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존)가계부채 대책을 떠올리면 실기(失期), 혼선 등의 단어가 생각난다"고 일침했다. 그동안 유동성을 늘리는데 급급했던 정부와 금융당국이 뒤늦게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관리의 적기를 놓쳤고,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오락가락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인 탓에 시장 혼선만 부추겼다는 지적이었다.
문제는 조만간 발표될 가계부채 추가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새 보완책에 전세자금대출이 DSR 적용에서 빠지면서 전세대출 증가세는 제동이 걸리기 힘들게 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2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05조2000억원 보다 15% 넘게 늘어났다. 5%대인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의 세 배 수준이다. 가계대출 급증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전세대출이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갭 투자와 연결돼 부동산 버블의 단초 역할을 해온 전세대출을 규제에서 제외시키면 가계대출 관리 자체가 어렵다는 말이 된다.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한도에서 제외한 상태로 총량관리 기조를 계속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연 5~6%로 세웠지만 은행권 연쇄 대출 조이기에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부랴부랴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한도에서 제외시켰다. 총량관리에서 제외된 전세대출 수요를 가정하면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해 7%대 후반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까지 가계부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답변은 "실수요자 대출이 많이 늘어 가계대출 관리가 쉽지 않다"였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필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새 보완대책의 방향과 비교하면 어불성설이다. 일관성이 결여된 오락가락 발언이 아닌 실질적인 실수요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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