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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작년과 다르네”… 주인 못 찾는 서울 보류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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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나온 보류지 물건이 잇따라 유찰되고 있다. 주인을 찾지 못해 다섯 번째 보류지 매각에 나선 단지도 있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조합원 수 변화 등을 고려해 분양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물건이다.

조선비즈

2021년 6월 첫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옛 삼호가든맨션 3차 아파트 재건축)’ 단지 특화 문주.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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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호가든맨션3차를 재건축 한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보류지 다섯 가구가 지난 19일 진행된 입찰에서 모두 유찰됐다. 전용면적 59㎡ 1가구와 전용 84㎡ 4가구 최저 입찰가는 각각 29억원과 33억원이었다. 조합은 최저 입찰가 변동 없이 11월 초 재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 이사회에서 입찰보증금을 낮추고 잔금 납부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입찰을 진행하자는 결정이 났다”면서 “최저 입찰가를 낮추자는 사람과 높이자는 사람이 있어, 결국 절충안으로 기존 금액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단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입찰을 진행한 서초구 래미안리더스원(서초우성1차) 보류지 매각에서도 일부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단지는 지난 2월부터 두 차례 매각에 나섰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세번째 매각에 나섰다. 조합 관계자는 “정확한 유찰 가구 수를 말해줄 수는 없지만, 조만간 나머지 가구에 대한 재입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은평구 응암동 응암2구역 재개발로 들어선 녹번역 이편한세상 캐슬은 이달 초 전용면적 114㎡ 보류지 한 가구 매각 공고를 냈다. 이번 매각은 다섯 번째다. 해당 보류지는 올해 5월, 6월, 7월, 9월 진행된 매각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최저 입찰가 16억5000만원 변동 없이 다시 매각 대상이 됐다.

업계에서는 보류지가 잇따라 유찰되는 이유로 비싼 최저 입찰가를 꼽는다. 조합이 시세 등을 고려해 임의로 정하는 보류지 최저입찰가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보류지 최저입찰가가 시세와 비슷하게 정해진 데다 중도금과 잔금 등을 짧은 시간 안에 치러야해 전액 현금으로 쥐고 있지 않는 이상 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서초 래미안리더스원 최저입찰가는 ▲전용 74㎡ 26억원 ▲전용 84㎡ 30억원 ▲전용 114㎡ 35억원인데, 전용 74㎡의 경우 지난 8월 27억원에 매매됐다. 전용 84㎡도 보류지로 나온 매물과 같은 면적이 지난 8월 28억원에 팔렸다. 보류지 최저 입찰가가 실거래가보다 오히려 높게 형성된 것이다.

보류지 인기는 올해 들어 시들해지고 있다. 작년만 해도 신축 아파트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보류지 인기는 뜨거웠다. 지난해 10월 보류지 입찰이 진행된 노원구 상계동의 포레나노원 전용 84㎡의 경우 입찰 예정가인 11억 90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높은 13억 5999만원에 낙찰됐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청약 통장이 필요 없다는 점 등 보류지 장점이 여럿 있는데,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다”면서 “중도금 대출도 불가능해 그동안 현금 부자들이 보류지를 낙찰 받았는데, 최근 집값이 고점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최저 입찰가마저 올라가면서 낙찰자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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