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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병 사건’ 독성물질, 2주전 사무실 음료서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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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숨진 막내직원 피의자로 입건

동아일보

회사 동료 2명이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진 데 이어 다음 날 같은 팀 막내 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숨진 A 씨(35)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 8일 전 회사에서 탄산음료를 마시고 쓰러졌던 또 다른 직원의 음료수 병에서 검출된 것과 같은 독성 화학물질이 A 씨 집에서 발견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같은 팀의 선임 남녀 직원 2명이 마신 생수병에도 이 화학물질을 넣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A 씨, 사건 전 ‘독성 화학물질’ 논문 검색

서울 서초경찰서는 “1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A 씨가 쓰러진 직원 2명에 대한 ‘생수병 테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는 것이다.

수사 결과 A 씨의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이미 숨진 상태이기 때문에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경찰은 화학물질이 든 음료를 마신 직원들이 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진상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A 씨를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사건 당일인 18일 회사에 정상 출근했으며 동료 직원 2명이 오후 2, 3시경 사무실 공용 테이블에 놓인 생수를 마신 뒤 쓰러지자 몇 시간 뒤 퇴근했다. A 씨의 집에서는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독성 화학물질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10일에는 A 씨가 일하던 서울 서초구 풍력발전 업체에서 또 다른 직원이 탄산음료를 마신 뒤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병 입구에서 검출된 독성 화학물질이 A 씨 집에도 보관돼 있었다.

이 화학물질은 살충제나 제초제의 원료로 쓰인다. 흰색 또는 무색으로 맛이나 냄새가 없고, 질소 가스로 빠르게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마실 경우에는 저혈압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누군가 몰래 물에 타더라도 육안으로 식별하기가 어렵고, 일단 마시면 조사 과정에서 검출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한 결과 A 씨가 사건이 일어나기 전 화학약품 회사에 대해 검색하고, 독성 화학물질과 관련한 논문을 살펴본 흔적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난달 25일경 또 다른 화학물질을 구매하기도 했다.

A 씨의 집에서 발견된 화학물질이 범행에 활용됐는지를 경찰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우선 회사에서 쓰러진 직원 2명이 마셨던 생수병 안에 있던 물질이 A 씨 집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독성 화학물질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생수병 분석을 의뢰했다.

○ 국과수 “A 씨 약물중독 사망” 1차 소견

경찰은 A 씨의 평소 행적 및 회사 직원들과 갈등을 빚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직장 내 따돌림이나 치정 등 A 씨가 범행을 저질렀을 만한 뚜렷한 동기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40일 전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원룸으로 이사 와 혼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직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다소 내성적이었다” “따돌림 등 특별한 일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범행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A 씨가 약물중독으로 숨졌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어 A 씨가 독극물을 마시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채완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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